[남북 이산가족 상봉] '소설가 이호철씨 訪北 소감'

"새 패러다임의 첫 실천"

적십자사 수행보조원 자격으로 이번 방북단에 합류했던 소설가 이호철(68)씨는 이번 방북의 의의를 이렇게 요약했다.이씨는 "이산가족의 상봉이 6.15 선언을 구체적으로 실천한 첫 사례가 될수 있다"며 "앞으로 우리 민족이 풀지 못한 50년 세월의 구원을 이제는 적극적으로 풀어주도록 남측과 북측의 정부가 합심해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씨는 이어 "소설가로서 이산가족의 아픔을 표현한 작품을 구상하고 있다"며 "이번 방북으로 소설에 대한 영감이나 구성을 더 구체화 시킬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씨는 자세한 부분에 대해서는 이번 방문을 정리해 시간을 갖고 풀어내겠다고 덧붙였다.공식적인 이산가족 일행에는 포함이 안됐으나 이씨는 북에 있는 혈육인 여동생 이영덕(58/함남 원산)씨를 만나는 기쁨을 누렸다.

방북전에 여동생과의 만남을 간절히 원했기 때문이다.

이씨는 여동생과의 상봉에 대한 소감에 대해 "방북을 앞두고 무척이나 설레고 떨렸지만 막상 여동생을 만나고 나니 허망한 느낌이 들었다"며 "여동생이 8살때 헤어져 여동생의 어린 모습만 기억하고 있다가 만나고 나니 세월의 무상함을 실감할수 있어 착잡했다"며 마음 아파했다.또 이씨는 여동생 영덕씨가 자신이 글을 쓰는 작가이며 70년대 반정부 인사로서 겪었던 고초에 대해서도 알고 있었다고 밝혔다.

이씨는 "여동생과 단 한번의 만남이었지만 혈육의 정이 어떤 것인지,분단의 아픔이 어떤 것인지를 느낄수 있었다"며 "마지막으로 헤어질때는 여동생이 웃으면서 ''오래살자''고 말을 해 자신도 웃음으로 답했다"고 이별의 아쉬움을 표현했다.

한편 이씨는 이번 방북단의 구성에 대해서도 "방문단이 7백80대 1의 경쟁률 속에 추첨을 통해 빈부나 지위 등에 상관없이 공평하게 선정된 것을 알수 있었다"며 "개인적인 여건이 비교적 좋아 인적사항이 고려된 듯한 북측의 남한 방문단에 비해 더 공정했다"고 나름대로 평을 내렸다.

정대인 기자 bigm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