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中企 高利사채로 연명 .. 秋夕 앞두고 중견기업 자금난 실태점검

하반기 자금시장이 심상치 않다.

특히 추석을 앞두고 중견기업들은 자금조달에 사활을 걸고 있다.현대문제가 타결됐다고 하나 금융권의 몸사리기는 더욱 심화되고 있어 4대그룹 이외에는 회사채나 기업어음(CP)의 신규발행이나 만기연장이 어려워진 탓이다.

최근 신용등급이 낮은 기업들의 회사채를 모은 프라이머리 CBO(발행시장 채권담보부증권)이 발행되고 있지만 기업 돈가뭄을 해갈하기에는 양적인 면에서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금융계에서는 추석을 고비로 일부 기업들이 생존의 갈림길에 설 것으로 내다보고 있기도 한다. 중견기업의 자금 걱정 =현대사태가 일단락됐다지만 중견기업의 자금줄은 아직 숨통이 트이지 않고 있다.

이에따라 일부 기업들은 연말까지 투자계획을 모두 유보하고 자금시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한 중견대기업의 관계자는 "가용자금은 일단 은행 단기상품에 모두 넣고 대기하는 상태"라며 "추석을 고비로 자금경색이 심화될 것으로 예상해 자금운용전략을 짜고 있다"고 말했다.다른 중견기업도 마찬가지다.

이들 기업은 만기가 돌아오는 은행권 대출금은 물론 회사채와 CP를 전부 갚아야 할 최악의 상황에 대비해 자금을 운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업종경기마저 침체한 건설업계는 하루하루 최악의 상황을 겨우 견디고 있다.건설협회 관계자는 "중소 건설업체들은 연 15-20%의 고금리를 부담하면서 고리의 사채를 끌어 쓴다"고 어려움을 호소했다.

더욱이 주식시장 상황마저 좋지 못해 기업들이 유상증자를 통해 자금을 조달하기도 어려운 실정이다.

올들어 지난 7월까지 기업들이 유상증자를 통해 조달한 자금은 10조3천5백억여원으로 작년 동기에 비해 53.9%나 감소했다.

금융권의 몸사리기가 주범 =이같은 기업의 자금난 심화는 금융권의 몸사리기가 주원인이다.

한 기업의 대표이사는 "신용등급이 높은 편인데도 만기가 돌아온 회사채의 30% 이상을 갚아야 차환발행을 받을 수 있다"고 은행권을 성토했다.

실제로 은행들은 올 3.4분기에도 기업 돈줄을 더욱 죌 계획이다.

한국은행이 조사한 "3.4분기 금융기관 대출행태 설문조사"에 따르면 20개 국내은행중 8개 은행이 대기업에 대한 대출 취급기준을 전 분기보다 더욱 강화하겠다는 입장이다.

기업들은 돈을 달라고 아우성인 반면 자금조달창구는 더욱 얼어붙을 것이라는 얘기다.

은행권도 할 말은 많다.

예금부분보장제 시행, 은행권 구조조정 등의 여파로 시중자금이 단기상품과 우량은행에 몰리기 때문에 기업들이 요구하는 장기간 자금대출이나 회사채 인수 등을 함부로 하기 어렵다는 점을 들고 있다.

또 오는 9월말까지 정부에 제출할 경영정상화 계획에 따라 2차구조조정의 구도가 나오는 만큼 최대한 자금을 보수적으로 운영할 수 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한 시중은행장은 "BIS(국제결제은행) 기준의 자기자본비율을 8% 이상에서 맞추라고 닥달하면서 신용도가 좋지 못한 기업에 돈을 주라고 지시하면 도대체 어쩌란 말이냐"며 은행들의 입장을 호소했다.

투신사는 물론 종금사 리스사 등 기업금융을 담당했던 금융기관들의 몰락도 기업 자금수급의 불균형을 악화시키는 한 요인이다.시중은행 관계자는 "중견기업의 회사채 발행을 순조롭게 하기 위해서는 신용보증기금의 부분보증비율(현재 25%)을 확대해 은행들의 인수부담을 줄이는 것도 한 방안"이라며 "정부차원의 자금시장 안정책이 빨리 마련돼야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준현 기자 kim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