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 리더] 조현정 <비트컴퓨터 사장> .. "도전이 성공 원동력"

비트플렉스.

서울 왕십리 역사에 들어서는 첨단 벤처기지다.고려말~조선초 무학대사의 얘기를 간직한 왕십리는 연탄공장 등 열악한 환경 때문에 개발이 뒤진 곳.

그런 곳에 대규모 벤처타운이 조성되고 있다.

연건평 3만평에 이르는 비트플렉스를 만들어 이 가운데 1만평을 벤처기업에 할애키로 한 것.1백20개 기업을 유치, 한국의 실리콘밸리를 꿈꾸는 성동밸리의 전초기지 역할을 하겠다는 구상이다.

이 프로젝트는 조현정(43) 비트컴퓨터 사장이 총괄하고 있다.

그는 "벤처 전도사"다.대학생 기업인 공무원 등을 대상으로 벤처의 중요성과 나아갈 방향을 외친다.

그동안 강연 횟수만 1백여회.

아직 40대 초반이지만 벤처기업인 1세대다.경남 김해에서 태어나 가난한 유년시절을 보낸 그는 중학교 중퇴후 검정고시를 거쳐 고등학교에 들어갔다.

인하대 전자공학과 학생시절에 창업한 도전적인 인물이다.

1983년 서울 청량리에서 동생과 여직원 등 3명으로 문을 연 뒤 하루에 17시간씩 일했다.

그로부터 17년.

국내 최대 의료정보 소프트웨어업체로 발돋움했다.

개발한 소프트웨어만 1백50여종.

종합병원에서 컴퓨터로 처방하고 진료하는 소프트웨어(OCS)를 비롯,성형외과의 가상시술 프로그램, 의료영상 소프트웨어, 병원.의원.약국을 연결하는 종합네트워크 시스템 등.

전염병 데이터베이스망도 있다.

지리정보시스템과 결합해 발생지역을 컴퓨터상에서 파악한 뒤 이동경로를 추적해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것.

웹기반 예방접종시스템도 있다.

이 가운데 상당수를 국내에서 첫 개발했다.

의료정보화는 단순히 컴퓨터지식만으로 되는게 아니다.

의학지식, 하드웨어기술, 첨단의료장비지식 등이 결합해야 탄생하는 어려운 분야다.

그런데도 상당수 소프트웨어에 관한 노하우를 공개하고 소스코드까지 알려주는 등 "더불어 사는" 기업인이기도 하다.

정상급 전산교육기관으로 평가받는 비트교육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일반 소프트웨어교육센터가 비전공자를 전공자로 만들어 주는 수준이라면 이 센터는 전공자를 전문가로 만들어 준다는 것.

서초동 본사에 있는 임직원은 모두 1백34명.

올 상반기 매출은 1백49억원에 달해 연간목표의 63%를 달성했다.

이에 따라 매출목표를 2백50억원으로 당초보다 10억원이상 상향 조정했다.

그의 꿈은 세계적인 의료정보 소프트웨어 업체로 도약하는 것.

벤처업계에 유행처럼 번지는 사업다각화는 생각하지 않은 채 한우물을 파는 것도 이 때문.

이제는 일본과 동남아시장 공략에 대대적으로 나서고 있다.

일본은 대부분의 산업에서 한국보다 앞섰지만 의료정보 소프트웨어는 3년정도 뒤졌다는게 그의 평가.

소프트웨어업체들이 하드웨어업체에 종속돼 도전의식이 결여된게 주요인이라고.

기업을 경영하면서 "이름을 결코 더럽히지 않겠다"는 철학을 갖고 있다.장학재단설립에 20억원을 쾌척한 것은 불우한 학생을 보면 자신의 과거가 떠올라 참지 못하기 때문인 듯하다.

김낙훈 기자 n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