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휴대폰 운전

멕 라이언 주연의 ''지금은 통화중''은 휴대폰의 부작용을 잘 보여준다. 주인공은 뇌졸중으로 입원한 아버지와 모든일을 전화로만 해결하려는 언니ㆍ동생과 운전중에도 통화하다 결국 사고를 내고 만다.

휴대폰운전이 심각한 건 국내도 마찬가지다.

이동전화 가입자가 급증하면서 버스나 택시 기사가 한손으로 핸들을 잡은채 다른손으론 휴대폰을 들고 잡담을 하는가 하면 손수운전자가 뒷좌석 상의에서 울리는 휴대폰을 꺼내느라 운전중 몸을 뒤척이는 일도 흔하다.

그러다보니 교통흐름이 끊어지고 사고가 늘어날 수밖에 없다.

도로교통안전관리공단의 실험결과 주행중 통화시 운전자의 심장박동은 분당 68.32회에서 75.74회로 높아지고 돌발장애물에 대한 대처시간도 평소보다 0.23초 늦은 1.41초로 나타났다고 한다.

운전중 통화를 처음 규제한 부산시에선 휴대폰운전이 소주 6∼7잔을 마셨을 때의 혈중 알코올농도 0.1%(단속기준은 0.05%)상태에서의 운전과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휴대폰으로 인한 사고가 96년 8건에서 99년 1백6건으로 늘어났다는 경찰청 통계는 ''휴대폰운전은 죽음과의 통화''라는 말까지 만들어냈다.

오늘부터 택시나 버스 기사의 주행중 휴대폰통화가 금지되고 내년부터는 모든 차의 운전자가 휴대폰을 들고 달리다 걸리면 처벌된다.

휴대폰운전 규제는 세계적인 추세다.

싱가포르의 경우 특히 2백싱가포르달러에 벌점만 물리던 규정을 지난 7월부터 6개월 징역에 1천싱가포르달러(64만5천원)의 벌금형에 처하는 쪽으로 강화했다.

주행중인 차를 단속하는데는 한계가 있을 것이다.

처벌규정이라곤 해도 실제론 계도나 예방의 성격이 짙은 셈이다.

맨발의 무용가 이사도라 던컨은 1927년 9월 프랑스 니스의 해안도로에서 목에 두른 빨간숄이 타고 있던 스포츠카의 바퀴에 말려 들어가는 바람에 숨졌다.

교통사고는 이처럼 잠깐의 부주의로 전혀 예기치 못한 상태에서 발생한다.

벌받는게 두려워서가 아니라 목숨을 위협하는 일이라는 생각으로 주행중 통화를 자제하는 것만이 OECD가입국중 교통사고율 1위라는 불명예를 씻을수 있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