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흑자 기반 '붕괴위기' .. 수출입 경쟁력 갈수록 악화

수출입 패턴이 IMF(국제통화기금)관리체제 이전 상태로 회귀하고있다.

25일 한국무역협회는 한국과 일본 중국 대만 홍콩 등 경쟁국의 상반기 수출입 실적을 비교한 결과 한국의 무역흑자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5억달러나 줄어 경쟁국중에서 가장 감소폭이 컸다고 발표했다.한국의 흑자폭이 대폭 줄어든데 반해 중국(44억달러)과 일본(26억달러)은 무역수지가 개선돼 대조를 보였다.

무협은 이들 국가중 한국의 수출증가율은 25.4%로 중국(38%)에 이어 두번째로 높았지만 수입증가율은 가장 높은 44.7%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IMF이전 회귀=이처럼 무역수지가 급속도로 악화되고 있는 것은 외환위기 이후 빠른 경기회복으로 원유 등 원자재와 기계,부품 등을 비롯한 자본재의 대일수입이 폭발적으로 느는 데다 소비재 수입이 급증했기 때문이라고 무협은 설명했다.동시에 대미 대유럽 수출편중도는 더욱 높아져 통상마찰을 증폭시키고 있다.

무협은 무역수지가 이런 추세를 지속할 경우 내년에는 균형내지는 적자로 반전될 가능성마저 없지않다고 우려했다.

무협은 외환위기 이후 한동안 경제성장속에서도 무역흑자가 대폭 늘어났으나 올들어선 ''경제성장=수입증가=무역수지 적자''라는 외환위기 이전의 무역패턴이 되살아나고 있다고 분석했다.통상전문가들은 "최근의 수출입패턴은 지난 2년동안의 수출증가가 원화가치의 하락에 의한 반사이익이었을 뿐 수입대체산업의 육성,기술개발 등 근본적인 수출경쟁력은 별로 개선되지 않았다는 것으로 증명된다"고 지적하고 있다.

무역협회 유인열 이사는 "현재 상황이 지속될 경우 수출 경쟁력 약화와 시장 개방확대,소비심리의 확산 등이 어우러지면서 총체적 흑자관리의 실패 사례였던 80년대 말의 상황이 되풀이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확대되는 대일적자=대일 무역적자는 경기가 최저점을 나타낸 지난 98년 46억달러를 기점으로 급상승,지난해 81억달러에 이어 올 상반기에만 62억달러를 기록했다.전체 수입액 1백59억달러중 기계류 등 자본재가 98억달러로 62.2%를 차지했다.

국내기업의 설비투자가 조금씩 늘면서 기계류의 수입이 늘어난 결과다.

◆수출 경쟁력 약화=외환위기 이후 안정세를 보이던 임금은 지난해 14.9% 상승,대만 등 경쟁국에 비해 가장 높았다.

올 1·4분기에도 평균 13.5% 올랐다.

무역협회는 달러화 기준 월평균 임금은 원화 환율 하락의 영향까지 가세해 지난해만 35.5%나 상승했다고 밝혔다.금리도 외환위기 이후 하락하고 있으나 대만 등의 시장금리보다는 2∼4배 높아 차입금 의존도가 높은 국내기업에 채산성 압박과 경쟁력 약화의 원인이 되고 있다.

이같은 원인으로 상반기중 수출생산비(97년=1백 기준)는 지난해 98.3에서 올해 13.2로 4.9% 늘어났다.

지난 5월 무협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환율하락에도 불구,한국기업중 44.2%는 수출가격을 인상할 수 없다고 응답했다.

반면 원화가치가 상승할 경우 달러표시 수출가격을 인상해야 하지만 가격경쟁력 약화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가격이외에 기술수준 향상등으로 원화가 강세를 보이더라도 이를 수출가격 인상을 통해 보전할 수 있는 기업은 극히 일부분에 불과하다.지난 5월무협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환율하락에도 불구,한국기업중 44.2%는 수출가격을 인상할수 없다고 응답했다. 이에 따라 수출채산성(97년=1백 기준)은 98년1백6으로 잠깐??호조를 보였을 뿐 이후 올 상반기 89.4까지 떨어져 외환위기 이전보다 심각한 수준을 나타냈다.

이심기 기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