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이슈] '위기론 진단의 허실' .. '묻지마 벤처지정'이 禍根

최근 벤처기업의 거품론이나 위기설과 관련,다양한 분석이 나오고 있다.

구조조정과정으로 보는 의견들이 많지만 원인분석은 제각각이다.벤처기업의 잘못된 행태,수익모델의 불분명을 지적하거나 벤처캐피털을 비난하기도 한다.

또 무분별 ''묻지마''투자자들이나 코스닥 시장을 질타하기도 한다.

이와 관련해 정부의 시각이 흥미롭다.중기청은 일부 닷컴기업의 위기론을 벤처산업의 위기로 확산하는 것은 과도한 우려며,위기론에 편승한 반(反)벤처정서 확산과 이에 따른 벤처투자 위축은 경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와 관련,중기청은 ''위기론에도 불구하고'' 벤처기업수 및 벤처캐피털 규모는 지속적으로 확장되고 있다고 밝혔다.

위기론이 있다면 분명히 벤처기업 수나 벤처기업 규모와 관련성을 보여야 하는데 왜 이런 유리(遊離)된 해석이 가능한 것일까.우선 중기청이 말하는 벤처캐피털 규모는 투자재원일 뿐 벤처기업에 대한 실제투자를 의미하는 게 아니라는 점에서 위기론과 연관시키는 것 자체가 무리다.

그렇다면 벤처기업의 증가추세가 문제가 되는데 중기청이 주장하듯 벤처기업은 지속적으로 늘어 7월말 현재 7천7백35개에 달한다.

이들 모두가 시장에서 인정받는 벤처기업들이라면 위기론과 연관시켜볼 수 있는 일종의 ''방증자료''가 될 수 있을 것이다.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우리나라 벤처기업은 어디까지나 ''벤처기업육성에 관한 특별조치법''에서 규정한 요건에 맞는 기업들이다.

즉 ⑴벤처자본이 투자한 기업,⑵매출액 대비 일정비율의 연구개발 투자기업,⑶특허나 국가연구개발 사업성과를 제품화한 기업,그리고 ⑷이러한 기준에 해당하지 않는 기업 중에서 벤처평가기관이 기술성이나 사업성을 인정해 주는 기업들이 소위 벤처기업이라는 ''딱지''를 받는 것이다.

시장논리대로라면 ⑴의 기준만을 갖고 시장에서 인정받는 벤처기업으로 보면 그만일 것이다.

물론 어떤 이름으로 어떻게 범위를 정하든, 그것은 국가마다 경제정책의 목적이나 기술수준 그리고 기업환경 등을 감안해 얼마든지 다를 수 있다.

따라서 이 자체가 잘못됐다고 말할 수는 없다.

다만 범위가 넓을수록 그만큼 정책적 판단이나 시장에서의 시그널 해석상 착오의 위험성에는 주의가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현재 ⑴의 기준대로 벤처자본이 선택(picking)한 기업들을 추려내면 전체 7천7백35개의 벤처기업 중에서 1천2백48개(16%) 정도다.

이에 비해 다소 자의적 지정의 위험성이 높은 ⑷에 해당하는 벤처기업들은 무려 3천6백18개로 46.8%에 이른다.

정부가 벤처기업을 언제까지 몇만개 만든다는 계획을 내세우지만,극단적으로 말해 ⑷의 기준만으로는 언제든지 이를 달성할 수도 있다.

정부는 흔히 ''벤처기업은 닷컴중심이 아니라 제조업이 62.7%''라면서 매우 건전한 구조라는 주장을 하기도 한다.

시장이 선택한 벤처기업의 제조업 비중이 그렇다면 모르되 이 역시 매우 자의적인 해석이다.

⑵,⑶의 기준 등으로 인해 필연적으로 그렇게 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또 ''업력''이 3년 이내인 초기 기업들이 전체 벤처기업의 44.8%을 차지한다고 강조하지만 6년 이상된 기업들이 40%를 넘는다는 사실 또한 지정요건이 빚어낸 결과로 판단된다.

또 한가지 주목해야 될 부분이 있다.

현재 벤처기업이라는 ''딱지''의 유효기간은 2년이다.

그런데 금년 6월말로 종료되는 1천1백29개 기업 중에서 50%가 넘는 6백42개 업체가 미신청했다.

이 역시 단순히 벤처기업이라는 수적 증가에 묻혀서는 안될 사실이다.

물론 지금의 벤처기업 확인제도는 공급측면에서 투자대상의 확대를 가져오는 등 벤처붐 조성에 큰 역할을 했다.

앞으로도 벤처열기는 이어져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오늘날 거론되는 ''벤처기업 거품론''이 원천적으로 벤처기업 지정요건에 따른 양적확대와 관련된 부분은 없는지 따져볼 필요도 있다.이와 함께 벤처기업 위기론이 사실이라면 네가지 지정요건만큼이나 서로 특성이 다르므로 이들을 시장에서 인정받는 벤처기업으로 연결시키기 위한 정책적 진단이나 대응도 정교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안현실 전문위원 a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