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쥐락펴락 .. '반도체株 폭락에 690 붕괴...원인 뭔가'

''국내 금융시장이 안정을 찾더라도 외국인이 삼성전자를 팔아대기 시작하면 도로아미타불이다''

시장참여자들이 가져 왔던 이같은 우려가 31일 현실로 나타났다.이날 외국인은 삼성전자를 집중 매도, 종합주가지수를 30.31포인트나 끌어내렸다.

현대사태 타결 등 국내 금융시장 안정세를 발판으로 700선에 안착했던 주가가 하루만에 운명을 달리했다.

외국인 매도물량을 받아줄 곳이 없어 충격이 더했다.투신사 등 기관투자가들은 자금여력이 없는 데다 펀드의 종목당 10%룰에 묶여 삼성전자를 받아주기는 불가능한 상태다.

펀드매니저들은 떨어지는 낙엽을 바라보듯 그냥 지켜볼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전문가들은 외국인에게 휘둘리는 ''천수답식'' 시장구조가 바뀌지 않을 경우 이같은 상황은 언제든지 되풀이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외국인 반도체주식 왜 팔았나 =외국인은 이날 삼성전자 현대전자등 반도체 관련주를 주로 팔았다.

이날 두 종목에 대한 순매도 금액은 3천1백억원에 달했다.

D램가격의 하락가능성을 예측하는 보고서가 나온 데다 램버스사와 현대전자 등의 특허소송, 일부 외국계 증권사의 반도체주식 비중축소검토 등이 거론된 악재였다.한 외국계 증권사 관계자는 "이날 매도창구는 여러 곳으로 분산됐지만 삼성전자를 많이 보유하고 있는 1개의 대형 펀드에서 집중 매도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면서 "모든 외국인이 반도체 비중을 줄이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외국인 매도세가 추세적인 것이라고 단언하기는 어려운 상황이어서 31일과 같은 외국인의 매도공세는 단발성으로 끝날 가능성도 있다는 분석이다.

일각에서는 선물과 연계한 투기적인 매매일 수도 있다는 분석도 제기하고 있다.

◆ 외국인 영향력 지나치다 =삼성전자(16.42%) 현대전자(3.95%)를 비롯한 반도체 관련주가 거래소시장에서 차지하는 시가총액비중은 30%에 육박한다.

따라서 외국인이 반도체 비중을 축소하기 시작하면 국내증시 주가는 버텨낼 재간이 없다.

특히 지금처럼 국내기관의 매수여력이 취약한 상황에서는 더욱 그렇다.

외국인은 올들어 지금까지 11조9천억원어치의 주식을 순매수했다.

거래소시장에서 외국인이 차지하는 시가비중은 연초 21.35%에서 지난 8월23일 현재 30.01%로 확대됐다.

삼성전자의 경우 외국인 지분율이 56%에 달하고 현대전자는 45%, 주택은행은 64%, 국민은행은 54%를 외국인이 쥐고 있다.

반면 국내 기관을 대표하는 투신사들의 시가비중은 5% 가량에 불과하다.

고객예탁금도 갈수록 감소하고 있어 개인투자자의 힘도 약화일로다.

김석규 리젠트자산운용 상무는 "수급구조를 따지면 외국인만 쳐다보는 천수답 증시"라고 한탄했다.

◆ 대책은 없나 =''외세(外勢)장세''에서 벗어나려면 국내 투자자들의 수급구조가 탄탄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제대로 된 기관투자가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시중 부동자금이 증시로 유입될수 있도록 정부가 주변환경을 만들어야 한다는 주문이 많다.

금융.기업구조조정에 대한 불확실성을 조기에 제거해 금융불안감을 불식시켜야 한다는 지적이다.조영제 한국투신운용 사장은 "기관들이 장기안정적으로 주식투자를 할수 있는 여건을 마련키 위해서는 연금펀드 등 장기투자 펀드를 지금부터라도 도입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장진모 기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