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北送...또 다른 離散아픔 겪는 장기수들] '남는 23명'

"북으로 올라가고 싶은 마음이야 말도 못하지만 또다시 이산가족이 될 수는 없지…"

2일 북송되는 비전향 장기수들과 달리 남쪽에 남기로 결정한 23명의 비전향 장기수들은 남다른 감회에 젖어있다.대부분 남쪽이 고향인 이들은 북송되는 비전향 장기수들에 대해 "분신과 같은 동지들이 북으로 가는 것이어서 마치 내가 가는 것처럼 기쁘다"며 하루빨리 남북간 자유왕래가 실현돼야 한다고 기원했다.

지난 66년 월북했다 돌아온 뒤 통혁당 재건 사건으로 사형선고를 받고 24년간 복역했던 류락진(72)씨는 "희망만 하면 갈 수 있고 가고도 싶지만 그동안 고생한 가족들을 내팽개치고 훌쩍 떠날 수는 없었다"고 털어놨다.

빨치산 및 지하활동을 했던 박정평(74)씨는 " 같이 가자는 권유도 있었다"면서 "하지만 이젠 늙고 당뇨병과 고혈압까지 있어 가족들과 함께 여생을 마치고 싶다"고 말했다.올해 초 30세 연하인 이모(40·피아노강사),김모(36·약사)씨와 각각 늦깎이 결혼을 해 화제가 됐던 안학섭(70·서울 관악구 봉천7동·42년 복역)씨와 양희철(66·서울 관악구 봉천7동·36년 복역)씨도 신혼살림을 차린 아내를 두고 갈 수 없어 남기로했다고 한다.

배동준(76)씨는 신장병으로 고생하고 있는 아내의 병수발을 위해 북행을 포기했다.

"북에 가면 환영받겠지만 평생 고생한 아내의 병간호를 누가 하겠느냐"고 반문했다.

강창동 기자 cd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