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5일자) 기업현장조사권 발상 문제있다

정부와 여당이 증권시장의 불공정거래행위를 근절시키기 위해 금융감독위원회에 대해 압수수색영장없이 기업현장을 조사할 수 있는 현장조사권을 부여키로 한 것은 권한남용의 우려가 큰데다 기업의 영업비밀이 노출되는 등 심각한 부작용을 가져올수 있기 때문에 철회돼야 마땅하다.

사실 이 문제는 지난 7월말 열렸던 경제장관간담회에서 ''2단계 기업구조조정 추진방안''의 일환으로 도입방침이 발표됐었고,우리는 ''가당치않은 발상''으로 철회돼야 마땅하다는 의견을 제시한바 있다.민주당이 ''정기국회 대책''의 일환으로 이번에 밝힌 정책구상은 일단 증권거래법을 고쳐 주가조작 등에 효율적으로 대처하겠다는 내용이지만 정책의 큰 줄거리가 한 뿌리임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설령 주가조작 등에 국한시킨다 하더라도 기업현장을 조사한다고 해서 명쾌한 대책이 나올수 없을 뿐만 아니라 자칫 증시만 마비시키는 결과를 가져오기 십상이다.

정부가 이같은 정책발상을 내놓은 것 자체가 황당하고,정부만능의 사고방식에서 나온 즉흥적인 처사는 아닌가 의심스럽다.압수수색 영장 없이 기업의 현장을 조사할 수 있는 권한을 금감위에 부여하는 것은 헌법정신에 어긋나는 것이다.

더구나 문제가 있다해서 너도 나도 기업현장조사에 나서겠다는 것은 언어도단이다.

기업의 불공정거래행위를 시정하자면 현행제도만으로도 정책목표는 충분히 달성할수 있다.오히려 현재 시행되고 있는 기업에 대한 조사권과 자료제출 및 출석요구권 등도 대폭 완화돼야 할 과도한 규제라는 지적이 나올 정도다.

정부와 여당은 금감위에 대한 기업현장조사권 부여 발상이 악성규제를 통해 손쉬운 방법으로 정책목표를 달성해보자는 행정편의주의에서 나온 것은 아닌지,또 규제를 완화해야 할 판국에 오히려 강화하는 것이 과연 올바른 처방인지 등에 대해 신중히 재검토해 보아야 할 것이다.

지난해부터 시행되고 있는 공정거래위원회에 대한 계좌추적권 부여가 국회심의 과정에서 2년 시한으로 30대 기업그룹만을 대상으로 적용하도록 제한했던 의미를 되새겨 보아야 할 것이다.금감위의 현장조사권 부여가 바람직스럽지 못하다는 것과 같은 맥락에서 공정위의 계좌추적권 연장도 철회돼야 마땅하다.

부실기업의 도덕적 해이현상을 막기 위해,또는 일부 기업의 불공정거래 행위를 시정하기 위해 기업활동을 위축시키고 시장경제의 작동을 제약하는 것은 비효율의 표본이다.

빈대 잡자고 초가삼간 태우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