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스타이넘의 결혼

미국 여권운동의 대모로 ''결혼보다 인류가 중요하다''던 글로리아 스타이넘이 66세에 면사포를 써서 화제다.

스타이넘은 63년 플레이보이클럽 여종업원들의 비참한 생활상을 폭로한 글 ''나는 플레이보이 바니였다''로 필명을 얻은 뒤 에스콰이어 글래머 보그 뉴욕타임스 코스모폴리탄 맥콜의 필자나 편집자로 여성의 권리를 대변해왔다.71년 벨라 압주그,베티 프리단등과 함께 ''여성행동연합''을 창설하고 72년초 패션이나 화장법 대신 여성의 의료와 교육, 직장문제를 다루는 잡지 ''미즈''를 창간했다.

72년 맥콜이 뽑는 ''올해의 여성''에 올랐고 이후 지속적인 활동으로 83년 하퍼스바자 선정 ''미국에서 가장 영향력있는 10명의 여성''중 한명이 됐다.

''내부로부터의 혁명''등 4권의 책을 냈고 최근에도 뉴욕타임스 기고문을 통해 여성을 외모로 평가하는 매체의 보도태도를 비판하는 등 목소리를 낮추지 않고 있다.그는 논리적이고 조리있는 말과 글솜씨를 십분 활용하고 정치적 행동을 통해 사회와 남성들의 사고를 변화시키는데 앞장서온 것으로 유명하다.

특히 남성을 적대시하는 다른 여성운동가들과 달리 세련되고 매력적인 태도로 남성들의 호응을 얻어내는 수완을 발휘,머리카락 길이가 재능을 판단하지 않는 사회를 만드는데 기여했다고 평가된다.

그는 그러나 지나치게 세련되고 섹스심벌의 이미지를 풍긴다는 평판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한번도 결혼하지 않았다.대학시절 부터 세번이나 약혼했지만 곧 파혼했다.

뉴욕시장 존 린제이, 상원의원 유진 매카시, 출판사 사장 콤 퀸즈버그등 수많은 남자들과 염문을 뿌렸지만 그뿐이었다.

주위에선 11세때 부모가 이혼한 뒤 아픈 어머니를 돌보느라 고생해 결혼을 두려워한 탓이라고도 한다.그런 그가 결혼하고 ''놀랍고 행복하다''고 말했다 한다.

할리우드 영화가 결혼과 가족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건 미국사회의 가족붕괴 정도가 심각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결혼은 여성을 반쪽인간으로 만든다''며 ''자아발견이 인생의 궁극적 목표''라고 주장해온 스타이넘의 고집을 꺾게 만든 데이비드 베일은 과연 어떤 남자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