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광장] 의료환경 개선 합리적 방안을 .. 박용한

박용한

의료계가 제시한 ''대화의 전제조건''을 정부가 수용키로 함에 따라 양측은 추석연휴가 끝나면 대화를 시작할 전망이다.정부는 지난 7일 비공개 사회장관회의를 열고 신상진 의권쟁취투쟁위원장 석방,수배자 해제,지난달 12일 연세대 집회봉쇄에 대한 경찰의 유감표명 요구 등을 받아들이는 쪽으로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정부는 의료계의 전제조건을 수용하되 진료복귀나 파업수위 완화를 요구하고 있는 반면 의료계는 정부의 카드가 자신들을 협상장으로 나오게 하는 요건일 뿐이라는 입장이다.

따라서 파업 해제까지는 시간이 더 걸릴 것으로 보인다.아뭏든 정부와 의료계의 공식대화가 시작되면 15일로 예정된 의과대학 교수들의 ''진료현장 전면 철수''라는 최악의 사태는 면할 가능성이 커졌다.

의정 공식대화가 타협의 가닥을 잡아나갈지,평행선상에서 끝내 파국으로 갈지에 대해 여러 형태의 가상 시나리오들이 만들어지고 있다.

''비상공동대표소위원회''가 정부와의 적극적인 물밑대화로 폐업철회 합의를 도출해내는 방법도 상정해볼 수 있다.이러한 합의안도 특정 계층에 대한 특혜가 아닌 분업의 본래 취지를 살릴 수 있는 방향에서 도출돼야 한다.

다음은 이러한 단일 협상기구가 구성됨에도 불구하고 의·정이 계속 맞서 폐업이 장기화되는 것이다.

그러나 국민적 질타와 온건파 의료인들의 현업 복귀가 이뤄질 가능성도 높아 장기화가 그리 오래 가지는 못할 것이다.다음은 정부의 의료시장 개방,폐업 참여자 전원 구속 등의 강수가 오히려 분업을 파국으로 치닫게 한다는 시각에서 여야가 나서서 중재하는 것이다.

의료계의 정부에 대한 강한 불신을 국회가 어떤 중재안을 갖고 설득할 수 있을지가 변수다.

자칫하면 설득이 분업에 대한 근본적인 대안이 아닌 미봉책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해야 할 것이다.

우리가 지금 겪는 의료혼란의 과정을 돌이켜보면 그 이유를 알 수 있다.

대다수 국민과 시민단체,의료현장을 지키자는 폐업 반대 의료인이 바라는 것으로 일단 분업의 큰 명분을 우산 삼아 그 안에 모두 모여 탁상공론이 아닌 실사구시형 분업 정착을 위해 단계적 정책을 수립하고 이를 집행할 수 있는 현실적인 방법론을 모색하는 것으로 가능성은 낮지만 기대감이 큰 시나리오라 할 수 있겠다.

그러면 이 중에서 가장 의미있는 시나리오는 무엇일까.

바로 국민의 건강이 제대로 지켜질 수 있는 것이다.

의·정이라는 고래 싸움에 새우등 터지듯,기본적인 치료조차 받지 못했던 국민들은 이러한 경제적 부담과 다소의 불편함을 감내하면 선진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는 기대심리에서 참아왔다.그러나 지금은 무조건적인 인내보다 국민과 시민단체,의료인과 정부 스스로가 누구를 위한 분업인지,무엇을 얻기 위한 분업인지에 대한 냉철한 판단이 절실하게 요구되는 시점이다.

이제 의사와 약사도 자신들만을 위한 미시적 주장에서 한발 물러나 거시적 관점에서 국민건강 수호와 의료환경 개선을 위한 합리적인 안을 내놓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