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14일자) 고유가 시대의 외채관리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지난 10일 총회에서 하루 80만배럴씩 증산하기로 합의했음에도 불구하고 국제유가가 여전히 강세다.

우리입장에서는 정말 걱정스러운 일이다.겨울철 난방수요까지 겹쳐 당분간 고유가가 지속될 것이 거의 분명하고 세계경기도 급격히 하강할 위험이 적지 않다.

이로 인해 특히 우리나라를 비롯한 아시아경제가 가장 큰 타격을 받을 것이라는 관측도 유력하다.

비록 OPEC가 증산에는 합의했지만 당분간 국제유가 안정이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많은 까닭은 실제 합의된 증산량이 많지 않은데다 겨울철 난방유 수요 증가가 불가피하고 석유수송과 정제에도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기 때문일 것이다. 따라서 증산합의 이후에도 유가가 떨어지지 않는다면 추가증산을 결정할 수 있다는 루크만 OPEC 사무총장의 발언도 경색된 시장심리를 안정시키기에는 역부족인 실정이다.상황이 이렇게 악화됨에 따라 세계경제는 OPEC 의장인 로드리게스 베네수엘라 석유장관의 경고대로 또한차례의 에너지위기에 직면해 있다.

필요한 석유를 전량 수입하는 우리경제가 경기 물가 국제수지 등 거시경제운용에서 이중삼중의 어려움을 겪을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우선 유가인상만큼 국제수지 적자가 늘어나는데다 물가불안이 가중돼 이로 인해 수출상품의 가격경쟁력이 약해질 것이며 해외경기도 냉각될 것이라고 보면 수출이 크게 줄고 국내경기가 급강하하는 악순환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이런 상황이라면 단기적으로 정책당국이 가장 신경 써야 할 점은 국제수지 방어와 외채관리 문제라고 본다.

7월말 현재 만기가 1년미만인 단기외채 4백78억달러에다 장기외채중 1년내 만기가 되는 1백67억달러를 합치면 1년안에 갚아야 하는 유동부채가 6백45억달러나 된다.

여기에다 7백억달러가 넘는 외국인 주식투자자금을 합치면 단기간에 빠져나갈 수 있는 외화규모가 1천3백억달러를 훨씬 넘는다.그동안 저금리와 적자재정, 그리고 수출확대와 외자유치를 통해 빠르게 IMF 질곡에서 벗어났지만 우리경제의 취약점은 여전히 남아 있다.

현재 외환보유고가 9백억달러를 훨씬 넘지만 일단 국제수지 흑자기조가 흔들리고 외국자본이 빠른 속도로 빠져나가기 시작하면 외환위기가 다시 오지 않는다고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정책당국은 에너지절약,적정원화환율 유지 등 국제수지 흑자기조를 유지하기 위한 대책과 함께 단기외채관리 등 외화유동성 대책에도 더욱 신경써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