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의 카드는? .. 대우차인수냐-GM견제로 끝내나

''제너럴모터스(GM)와 전면전을 벌일 것인가,최대한 견제하는 선에서 멈출 것인가''

현대자동차의 전략이 대우차 재입찰의 최대 변수로 등장했다.

현대는 포드의 어처구니 없는 ''중도 포기''로 대우자동차를 다시 인수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됐다.

GM만 제치면 국내 자동차업계의 ''천하통일''을 할 수 있다.

이계안 현대차 사장이 ''예기치 않은 기회''라고 표현한 것도 이런 맥락으로 해석된다.

지난 6월의 1차 입찰 때보다 정부나 컨소시엄 파트너인 다임러의 태도 등이 더욱 복잡미묘해진 상황이기 때문에 현대차가 최종적으로 어떤 전략을 택할지 예측하기는 쉽지않다.

포드의 중도포기 소식이 전해진 직후 "18일 정부의 대우차 처리 스케줄 발표를 보고 확실한 태도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듯이 현대도 아직 확실한 방침을 세우지 못한 듯하다.

대우차 노조 등의 정서적 거부 반응과 독점 여부를 둘러싼 정부측의 비우호적인 태도가 여전한 데다 최근에는 제휴파트너인 다임러 크라이슬러도 진의가 분명치는 않지만 겉으론 "대우차 인수에 관심이 없다"며 한발 비켜 선 상황이다.

만약 대우차 인수에 관심이 없다는 게 다임러의 ''진심''이라면 대우차 인수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게 지배적인 관측이다.

홀로 거액의 인수자금을 마련하기도 쉽지 않지만 독점 논란에 정면으로 노출될 게 뻔하기 때문이다.

대우차 인수전에 임하는 현대차 내부의 전략도 아직은 분명치 않다.

궁극적으로 현대가 국내차 시장을 평정한다는 데 대해선 임직원들의 컨센서스가 이뤄졌지만 ''이번 기회에 GM과 전면전을 벌여 대우차를 반드시 인수할 것인지''에 대해선 다소 의견이 엇갈리는 분위기다.

한 임원은 사견을 전제로 "무리하게 대우차를 인수하기보다는 다임러측과의 전략적 제휴를 통해 장기적으로 국내는 물론 세계 시장의 한 축으로 발전하는 것이 나을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하지만 GM이 대우를 인수할 경우 현대로서는 르노에 이은 GM의 국내시장 공세에 홀로 맞서야 하는 부담을 안게된다.

아무튼 현대차 수뇌부는 인수전에 반드시 참가해야한다는 데는 의견 일치를 본 것으로 알려졌다.

대우인수 여부를 떠나 GM이 아무런 견제 없이 국내 시장에 무혈입성하는 것만은 막아야한다는 판단이다.

특히 포드의 중도 포기로 헐값 매각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국익 차원에서도 최대한 GM이 높은 인수제시액을 써내도록 입찰경쟁을 벌여야한다는 게 현대측의 시각이다.

이는 대우차를 처분하는 과정에서 한푼이라도 더 건져야하는 대우채권단과 정부측의 입장과도 일치한다.

이때문에 현대차는 일단 다임러를 입찰전에 끌어들이는 데 총력을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는 최근 다임러가 표명한 불참 의사를 ''진심''으로 보지 않는다.

회사 관계자는 "다임러측은 대우차 인수 카드를 활용해 우리측과의 전략적 제휴협상에서 보다 더 많은 것을 얻어내려는 속셈을 갖고 있다"며 "GM을 견제해야 한다는 부분에 대해선 양측의 이해관계가 정확하게 일치한다"고 말했다.

현대는 이에 따라 다임러와의 컨소시엄 재구성 방안을 강도 높게 밀어붙일 것으로 보인다.

조일훈 기자 ji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