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19일자) 최악으로 치닫는 증권시장

증권시장이 공황 상태다.

그렇지 않아도 위태로워 보이더니 포드의 대우자동차 인수포기 발표가 겹치면서 최악의 폭락사태로 치닫고 말았다.종합주가지수는 장중 한때 5백50포인트까지 내려앉았고 코스닥 역시 지수가 80포인트선까지 추락하는 파란을 연출했다.

걱정스런 곳이 증권시장 만도 아니다.

환율이 급등하고 그나마 안정세를 보여왔던 국고채까지 급락하는 등 금융시장이 총체적인 위기국면을 맞는 듯한 양상이다.주목할 것은 외국인 투자자들의 동향이다.

이달들어 반도체 주식을 중심으로 벌써 1조3천억원어치를 팔아치운 외국인 투자자들은 지난주 후반부터는 국민은행 신한은행 등 우량 은행주들에까지 무차별적인 시장가 매도주문을 쏟아내 위기감을 가중시키고 있다.

시장가 주문이란 팔리는 가격에 무조건 팔겠다는 것으로 그만큼 외국인 투자자들이 한국 증시를 위태롭게 보고 있다는 반증에 다름 아니다.물론 국제원유가 급등이나 세계적인 경기하향 추세등 대외변수의 악화도 적지않은 부정적 영향을 주었다고 봐야겠지만 우리나라 증시가 유독 최악의 폭락세를 보여주고 있음은 우리 내부에 심각한 문제가 있음을 반증하고도 남음이 있다고 하겠다.

당국이 서둘러 M&A활성화를 골자로한 증시부양책을 발표하는 등 투자심리 안정에 나섰는데도 주가가 반응조차 유보한채 줄곧 하락세로만 치닫고 있는 것은 정말 여간 불길한 징조가 아니다.

정부와 정책에 대한 불신이 그만큼 깊다는 말도 되겠지만 단순한 부양책 만으로 시장을 되살려 놓기에는 보다 근원적인 문제가 있지 않나하는 느낌이 들어 그 점이 더욱 염려스럽다.실제로 대부분 기업들이 벌써 수개월째 심각한 자금난을 겪어왔거니와 연말까지 20조원의 회사채가 만기도래하면서 적지않은 혼란도 예상되는 국면이었다.

수치상으로는 여전한 확장국면이라는 실물경제에서조차 절반 이상의 상장기업이 영업이익으로 이자를 갚지 못할 정도이고 보면 지금의 증권시장은 우리경제의 총체적 위기를 반영하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경기양극화며 지나친 벤처 열기,그리고 과도했던 주식발행 등을 생각하면 지금의 주가하락에 전혀 근거가 없는 것도 아니라고 봐야 할 것이다.정부는 얄팍한 단기 처방에만 호소할 것이 아니라 최근의 상황이 비상한 국면이라는 인식을 갖는데서부터 위기 수습에 나서주길 바란다.

금융시장과 실물경제 전반에 대한 치밀하고도 총체적인 재점검과 대책이 요망되는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