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포철 민영화' 손발못맞춘 경제팀

20일 점심 무렵.정부 과천청사의 산업자원부에 비상이 걸렸다.

이날 오전 진념 재정경제부 장관 주재로 열린 경제장관 간담회에서 해외 주식예탁증서(DR) 발행을 앞둔 포항제철의 1인당 주식소유한도 3%를 폐지하는 방안을 검토한다는 정부의 공식 방침이 나왔기 때문이다.이 사실을 기자들에게 전한 재정경제부 관계자는 "포철 DR발행을 수월하게 하기 위한 조치"라고 배경을 설명한 뒤 곧 산자부에서 상세한 설명이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같은 시간 포철 민영화를 주도적으로 추진해온 산자부에는 내용 설명을 위한 어떤 준비도 돼있지 않았다.

담당과에서조차 진의를 파악하느라 분주한 모습을 보였다.한 관계자는 "원래 2001년말에 주식소유한도를 폐지한다는 방침을 밝혀놓은 상태"라며 "이번 결정과 관련해선 위로부터 공식적인 지침이 있기 전에는 분명한 입장을 밝히기 어렵다"며 당혹스러워했다.

지방출장을 간 신국환 장관을 대신해 오영교 차관이 간담회에 참석은 했다.

하지만 공식 안건이 아니어서 차관도 별다른 준비를 하지 못했다.주무부처인 산자부의 공식 브리핑은 오후 3시30분이 다 돼서야 이뤄졌다.

공교롭게도 포철 주식소유한도 폐지 방침은 지난 19일 국무회의에서 ''공기업 개혁''을 서둘러 마무리지어야 한다는 대통령 지시가 있은 뒤 나왔다.

그것도 실무 검토가 채 마무리되기도 전에 장관 간담회에서 전격적으로 결정돼 아래로 지시되는 이례적인 방식으로 이뤄졌다.과천의 한 관계자는 "포철 주식소유한도 제한 폐지가 당장 DR발행에 도움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이같은 결정이 충분한 사전 검토없이 장관 간담회 자리에서 전격 결정되는 것이 바람직한지는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국민기업 포철이 국내 대기업이나 외국기업의 손에 넘어갈 수 있다는 것을 뜻하는 이날 결정의 여파를 걱정하는 모습이었다.유난히 단합을 강조해온 국민의 정부 2기 내각이 부처간 의사결정 시스템에서 허점을 드러낸 순간이 아닌가 싶다.

김수언 경제부 기자 soo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