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車 8천만주 소각] 5천억~6천억 투입 주가부양

기아자동차가 대규모 자사주를 매입해 소각하기로 한 것이 침체장세에서 보기 힘든 대형 호재로 평가받고 있다.

우선 매입 소각 규모가 발행주식의 18%에 이르고 금액으로도 5천억∼6천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국내 증시 사상 최대 규모다.

기아자동차는 올해 얻게 될 이익을 모두 투입해 자사주 매입 소각에 나선다고 밝혀 주가관리를 위한 최강수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기아자동차의 대규모 매입 소각은 또 유동성이 풍부한 다른 상장기업에도 자사주 매입 소각을 유도하는 효과가 있어 전체적인 시장분위기 개선효과도 낳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매입배경=기아자동차가 대규모 자사주 소각에 나선 것은 다른 주가부양책으로는 현 주가를 끌어올리기 힘들다는 판단에 따른 고육지책으로 풀이된다.

또 현대차 그룹으로 분리된 이후 기업가치를 끌어올리기 위한 첫 가시적 조치라는 점에서도 주목받고 있다.

구태환 기아차 자금담당 이사는 "주가 부양을 위해서는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라 자사주 매입 소각이라는 대책을 내놓게 됐다"고 설명했다.실제 기아차는 계속되는 영업 호조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유상증자한 7천3백만주가 부담이 돼 주가가 고전을 면치 못했다.

기아는 자사주 매입에 투입될 자금을 대략 5천억∼6천억원 정도로 계산하고 있다.

이 자금은 올해 예상 경상이익 5천1백25억원과 비용으로 잡은 것중 지출이 안된 금액,내부유보 등을 통해 조달할 계획이다.특히 지난해 유상증자 때 주당 가격이 9천3백원이었기 때문에 이 금액 이하로 주식을 사들인다면 손해볼 것이 전혀 없다는 판단도 이번 자사주 소각 방침을 정한 배경이 됐다고 기아 관계자는 밝혔다.

◆기아차 주가 전망=이론적으로 자사주를 매입 소각해도 시가총액은 변하지 않는다.

따라서 18%를 소각한다고 했을 때 주가상승분은 18%가 된다.

하지만 기아자동차의 최고경영진이 주가관리에 상당한 신경을 쓰고 있다는 점에서 상승률은 18%를 웃돌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다른 상장기업에 자극제=최대식 LG투자증권 연구원은 "기아자동차의 자사주 매입 소각은 실적은 좋지만 주가가 하락한 기업에 자사주 매입 소각을 검토하게 만들 가능성이 높다"고 관측했다.

올들어 자사주 매입 소각을 결의한 상장기업은 다함이텍 포철 현대전자 서울증권 등에 불과하지만 향후 급속히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자사주 매입 소각의 규모가 점점 커질 것으로 기대된다.

◆논란=매입 규모가 지나치게 크지 않느냐는 점이 논란거리가 되고 있다.

한해 이익을 모두 쏟아부어 자사주를 매입소각하면 현금흐름이 나빠질 수도 있지 않겠느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또 자동차회사의 속성상 대규모 투자와 연구개발비가 필요한데 여유자금을 자사주 매입에 모두 투입하면 이 부분을 어떻게 커버할 것이냐는 우려도 대두되고 있다.

박준동·김용준 기자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