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짝 맛만봐도 살이 쏘~옥! .. 단호박/호박죽 등...다이어트 효과적

세계적인 리빙용품및 레스토랑 체인업체의 사장인 영국의 테렌스 콘란경이 프랑스의 한 잡지에 자신이 좋아하는 비둘기 구이요리를 소개한 적이 있다.

글과 함께 실린 사진에는 갈색으로 구워진 비둘기 옆에 노란 꽃송이가 담겨 있었다. 그 꽃은 다름아닌 호박꽃.

우리네 정서로는 "호박꽃도 꽃이냐"는 식으로 홀대를 받는 것이 예사지만 그의 집 식탁에서는 훌륭한 음식재료로 접시를 장식하고 있는 것이다.

서양사람들의 "호박사랑"은 좀 유별나다. 10월 중순 할로윈 시즌이 되면 늙은 호박이 필수품에 속한다.

속을 파내고 조각을 해서 그 안에 촛불을 켜,현관 앞에 줄줄이 늘어놓아 집 안팎을 장식하고 축제 분위기를 돋운다.

사람의 얼굴 모양으로 조각하고 검은 마녀 모자를 씌우고 망토를 둘러놓고는 빗자루를 옆에 꽂아 놓는 것이다. 장식만이 아니다.

집안에서는 호박을 이용한 호박파이,호박수프 등을 준비한다.

우리나라 호박도 음식으로써 사람들의 사랑을 받기는 마찬가지다. 종류도 여러가지로 우선 당도가 높아 그대로 쪄서 먹거나 죽을 쑤어 먹는 단 호박,호박죽 호박범벅 등을 만드는 늙은 호박(이뇨 작용을 도와주므로 다이어트 식품으로 좋다)이 있다.

슈퍼마켓에 가면 언제나 볼 수 있는 것으로 숭숭 썰어 된장찌개에 넣거나 옷을 입혀 전을 부쳐먹는 애호박,화초호박이라고도 하며 환절기에 꿀이나 배를 함께 넣고 푹 삶아 그 물을 마시면 감기 예방에 아주 좋다는 빨간 약호박 등도 있다.

가을 한 철에만 생산되는 호박의 시기적인 단점을 보완하는 것으로 냉동호박과 꼬지호박(건조호박)도 나오고 있다.

호박을 이용한 가장 단순한 음식은 여름에 잎을 따서 살짝 쪄 보리밥에 고추장이나 된장 얹어 쌈 싸먹는 것.

가을이면 달덩이 만한 열매를 따서 쪄 먹거나 찹쌀로 새알심 빚어 죽을 끓여 먹기도 한다.

그대로 삶아 그 물을 마시거나 안에 꿀을 잔뜩 넣고 달여 해산 후 부기를 가라앉게 하는 약으로 만들어 먹고,호박 살을 길게 돌려 가며 오려서 늦가을 볕에 말려 겨울철에 나물도 하고 호박떡도 만들 수 있다.

한쪽에 같이 말린 호박 씨앗은 겨울밤 심심풀이로 한 줌씩 껍질을 까먹기도 한다.

동의보감 본초강목에 보면 "호박은 성분이 고르고 맛이 달며 독이 없고 오장을 편하게 하며 산후의 혈진통을 낫게 하며 눈을 밝게 하고 혼백을 밝게 한다"고 씌어 있다.

산후 조리 때 부기를 빼느라 호박을 먹는 것은 이뇨 작용을 촉진시키는 성분 때문이다.

호박씨는 위에도 좋다고 하니 우리 조상들의 민간 요법은 혀를 내두를 만하다.

80%가 과육이고,표피가 10%,나머지 요소들이 10%를 이루는 호박은 우리 몸이 움직일 수 있도록 작용하는 에너지의 근원인 당질과 단백질이 많이 들어있다.

위 점막을 보호하는 기능이 있어 속이 아플 때도 효과가 좋은 카로틴,미용 효과와 노화 방지 등에 좋은 비타민 C도 많이 포함돼있다.

또한 식이 섬유 성분이 있어 장 속에 있는 유익균의 증식을 도와 피부를 곱게 하고 장을 튼튼하게 하는 등 이로움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이렇게 잎이며 열매며 씨까지 사람에게 보은하는 호박이지만 호박은 참으로 홀대를 받고 있다.

호박 자체가 못생긴 것의 대명사로 쓰이니 말이다.

코스모스 한들거리는 계절이면 전국 어디를 가도 집집마다 담벼락에 둥그렇게 달려 있어 흔하디 흔한 게 호박인 데다가 친근함을 직설적으로 표현하지 않고,오히려 서운하게 대하는 우리네 정서를 고려한다면 그것은 홀대라고 볼 수도 없다.

서울 경동시장 한쪽이 늙은 호박으로 담을 쌓는 시절,늙은 호박 하나 사다가 가족이 둘러앉아 윗부분을 잘라내고 파낸 속은 새알심 넣어 죽을 끓이고,남은 껍데기는 그늘에서 2~3일 말린 뒤 예쁜 그림이나 글씨를 조각칼로 새겨 오려내고 그 안에 초를 세워보자.바람이 스산한 가을 밤,가족이 함께 만든 호박 조명은 따뜻한 주황빛으로 거실을 훈훈하게 해줄 것이다.

글/신혜연(월간 데코 휘가로 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