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대우車 처리 국내외 시각차

21일 오전 8시40분.국제부 통신룸에 들어서자 마자 눈길을 끌어당기는 외신기사 제목이 있었다.

"GM 대우차 입찰에 참여할 듯-판도라의 상자를 여는 셈"미국의 경제전문통신인 APDJ의 오전 8시39분발 기사였다.

이 통신은 전문가들의 분석을 인용, GM의 대우자동차 인수방침이 현명한 판단인지에 의문을 제기한 뒤 "GM의 대우차인수는 ''판도라의 상자''를 여는 것과 다름없다"고 비유했다.

이어 30분도 채 안지난 오전 9시1분.갓 출판된 파이스턴이코노믹 리뷰의 기사가 외신을 통해 들어왔다."포드의 대우차 인수 포기에는 몇가지 이유가 작용했다.

우선 대우차의 분식이었다.

빚더미인 루마니아와 인도 자회사도 포드의 입맛을 떨어뜨렸다.엉망진창인 쌍용자동차까지 떠안아야 한다는 점도 부담이었다" 이 순간 "타이어 리콜사태로 위기에 봉착한 포드가 내부문제 때문에 국제 상도의를 저버렸다"던 정부의 발표가 생각났다.

30분 후 접속한 인터넷에는 한국관련 기사가 올라와 있었다.

''경제위기를 넘어서''라는 제목의 미국 모건스탠리 딘위터 투자은행의 보고서였다.일반기사보다 분석적인 만큼 한층 신랄했다.

"대우차 매각실패로 올해 부채해소에 필요한 자금중 절반가량의 조달전망이 불투명해졌다"로 시작된 이 보고서는 자금원 고갈,D램시황 악화,유가의 고공비행 등 한국경제의 대내외적 악재를 차근차근 거론한 뒤 ''유동성 위기''를 지적했다.

같은 시간,국회에서는 야당이 불참한 가운데 절름발이 상임위가 열리고 있었다.

논의 주제는 국내경제 현안들이었다.

그러나 국회의원들의 문제인식은 사뭇 달랐다.

모 의원은 "대우자동차 문제는 한국 자동차산업의 미래와 경제상황 타개 여부를 가늠하는 중대사안인 만큼 매각시기를 서둘러서는 안된다"고 소리를 높였다.외신들이 대우자동차 매각문제가 한국경제의 유동성에 얼마나 큰 변수인지를 조목조목 분석한뒤 "싼값이라도 대우자동차를 빨리 파는 것은 가장 고통스런 과정이겠지만 동시에 가장 현명한 조치다"라는 조언을 하던 바로 그 시간이었다.

노혜령 국제부 기자 hr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