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투 자금바닥...벤처 '추운 가을' .. 과학적 실사 등 선결과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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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처캐피털업계가 자금난에 허덕이고 있다.
지난 2.4분기 이후 추가 펀딩을 받지 못한 벤처기업들이 허리띠를 졸라맬 때만 하더라도 창투사들은 "드디어 벤처의 거품이 빠지게 됐다"며 내심 미소를 지었다.하지만 이젠 벤처캐피털도 신규 투자재원을 마련하지 못해 돈가뭄에 시달리는 지경에 이른 것.
창투사들은 증권시장 침체로 투자 기업을 코스닥에 등록시켜 자금을 회수하는데 차질을 빚고 있다.
올해초만 해도 1백억~2백억원 규모의 투자조합은 거뜬히 결성하던 M창투는 지난달 50억원 규모의 펀드를 모으지 못해 발을 동동 굴렀다.올해초 "민간자금도 넘쳐나는 마당에 공공자금까지 벤처캐피털시장에 들어와 과당 경쟁을 불러 일으킨다"며 경계하던 O창투의 K사장은 "이제 남은 건 정부의 지원밖에 없다"며 정책지원자금에 목을 매고 있다.
충분한 실사(due diligence) 없는 투자가 화근 =I창투 L사장은 "올 상반기처럼 코스닥시장이 계속 활황일줄 착각하고 고평가된 기업에 마구 돈을 쏟아부은게 잘못"이라며 "정작 주식시장이 조정기에 들어가 기업 가치를 적정하게 평가할 수 있는 지금 돈이 없어 투자를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겨울철을 대비하지 않은 "베짱이"식 투자가 창투사의 자금난을 가져왔다는 말이다.닷컴.바이오 등 인기 벤처 10여개에 대충 투자해 놓고 운때가 맞아 한 개만 대박을 터뜨려 주기 바라는 "뿌리고 보자(spray & pray)" 식의 논리도 무분별한 투자 행태를 부채질했다.
창투조합의 비효율적인 자산 운용도 문제 =창투조합을 운영.집행하는 창투사가 투자자들에게 펀드자금 "전액"을 한번에 출자받아 조합을 결성하는 데서 구조적인 문제가 발생한다.
만약 1백억원 규모의 투자조합을 만들어 "초기" 기업에 투자한다면 한 업체에 10억원씩만 투자해도 10개의 기업을 발굴해야 한다.결국 창투사는 투자와 상관없는 돈을 상당기간 관리해야 하는 것.
벤처 컨설팅 업체인 I사 R사장은 "창투사들은 대개 수익증권이나 MMF, 주식 투자, 심지어 사채놀이 등 다양한 방법으로 미투자자산을 관리한다"며 "증시상황이 나빠지면 미투자자산도 타격을 받아 두 눈 뜨고 손해보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주식시장 변동에 따라 미투자자산이 출렁여 꾸준한 벤처투자가 어려워진다는 말이다.
반면 미국은 펀드를 결성할 때 투자자들로부터 "확약"만 받아 놓고 투자 건수가 발생할 때마다 돈을 끌어오는 "콜(call) 베이스", 혹은 일정 기간별로 자금을 납부케 하는 "드로 다운(draw down)" 방식을 채택한다.
그러나 한국에선 8월말 현재 결성된 1백29개 조합 가운데 인터베스트(대표 이태용)가 결성한 "인터베스트 체이스맨해튼 인터넷 펀드" 단 하나만이 드로 다운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철저한 실사와 신뢰 회복 필요 =엄격한 실사와 기업가치 평가를 통해 정말로 가능성 있는 벤처에 합리적으로 자금을 지원해야 한다.
투자자와 창투사간의 신뢰를 바탕으로 한 콜 베이스 방식의 선진형 조합 결성도 필요하다.
창투업계 전문가들은 이를 위해 창투사가 아닌 개개 심사역들의 투자 포트폴리오를 인정해 주는 문화가 정착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현재의 미래산업을 키워낸 사람은 바로 나"라고 주장하는 심사역들이 30명이 넘는다는 우스갯소리가 있을 정도로 한국에선 개별 심사역들의 투자경력이 창투사 조직에 묻혀 제대로 인정되지 않고 있다.이태용 인터베스트 대표는 "한국 벤처캐피털이 선진화되려면 벤처캐피털리스트가 투자경력을 바탕으로 자금을 끌어모을 수 있는 펀드매니저로서의 역량을 키워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방실 기자 smile@hankyung.com
지난 2.4분기 이후 추가 펀딩을 받지 못한 벤처기업들이 허리띠를 졸라맬 때만 하더라도 창투사들은 "드디어 벤처의 거품이 빠지게 됐다"며 내심 미소를 지었다.하지만 이젠 벤처캐피털도 신규 투자재원을 마련하지 못해 돈가뭄에 시달리는 지경에 이른 것.
창투사들은 증권시장 침체로 투자 기업을 코스닥에 등록시켜 자금을 회수하는데 차질을 빚고 있다.
올해초만 해도 1백억~2백억원 규모의 투자조합은 거뜬히 결성하던 M창투는 지난달 50억원 규모의 펀드를 모으지 못해 발을 동동 굴렀다.올해초 "민간자금도 넘쳐나는 마당에 공공자금까지 벤처캐피털시장에 들어와 과당 경쟁을 불러 일으킨다"며 경계하던 O창투의 K사장은 "이제 남은 건 정부의 지원밖에 없다"며 정책지원자금에 목을 매고 있다.
충분한 실사(due diligence) 없는 투자가 화근 =I창투 L사장은 "올 상반기처럼 코스닥시장이 계속 활황일줄 착각하고 고평가된 기업에 마구 돈을 쏟아부은게 잘못"이라며 "정작 주식시장이 조정기에 들어가 기업 가치를 적정하게 평가할 수 있는 지금 돈이 없어 투자를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겨울철을 대비하지 않은 "베짱이"식 투자가 창투사의 자금난을 가져왔다는 말이다.닷컴.바이오 등 인기 벤처 10여개에 대충 투자해 놓고 운때가 맞아 한 개만 대박을 터뜨려 주기 바라는 "뿌리고 보자(spray & pray)" 식의 논리도 무분별한 투자 행태를 부채질했다.
창투조합의 비효율적인 자산 운용도 문제 =창투조합을 운영.집행하는 창투사가 투자자들에게 펀드자금 "전액"을 한번에 출자받아 조합을 결성하는 데서 구조적인 문제가 발생한다.
만약 1백억원 규모의 투자조합을 만들어 "초기" 기업에 투자한다면 한 업체에 10억원씩만 투자해도 10개의 기업을 발굴해야 한다.결국 창투사는 투자와 상관없는 돈을 상당기간 관리해야 하는 것.
벤처 컨설팅 업체인 I사 R사장은 "창투사들은 대개 수익증권이나 MMF, 주식 투자, 심지어 사채놀이 등 다양한 방법으로 미투자자산을 관리한다"며 "증시상황이 나빠지면 미투자자산도 타격을 받아 두 눈 뜨고 손해보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주식시장 변동에 따라 미투자자산이 출렁여 꾸준한 벤처투자가 어려워진다는 말이다.
반면 미국은 펀드를 결성할 때 투자자들로부터 "확약"만 받아 놓고 투자 건수가 발생할 때마다 돈을 끌어오는 "콜(call) 베이스", 혹은 일정 기간별로 자금을 납부케 하는 "드로 다운(draw down)" 방식을 채택한다.
그러나 한국에선 8월말 현재 결성된 1백29개 조합 가운데 인터베스트(대표 이태용)가 결성한 "인터베스트 체이스맨해튼 인터넷 펀드" 단 하나만이 드로 다운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철저한 실사와 신뢰 회복 필요 =엄격한 실사와 기업가치 평가를 통해 정말로 가능성 있는 벤처에 합리적으로 자금을 지원해야 한다.
투자자와 창투사간의 신뢰를 바탕으로 한 콜 베이스 방식의 선진형 조합 결성도 필요하다.
창투업계 전문가들은 이를 위해 창투사가 아닌 개개 심사역들의 투자 포트폴리오를 인정해 주는 문화가 정착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현재의 미래산업을 키워낸 사람은 바로 나"라고 주장하는 심사역들이 30명이 넘는다는 우스갯소리가 있을 정도로 한국에선 개별 심사역들의 투자경력이 창투사 조직에 묻혀 제대로 인정되지 않고 있다.이태용 인터베스트 대표는 "한국 벤처캐피털이 선진화되려면 벤처캐피털리스트가 투자경력을 바탕으로 자금을 끌어모을 수 있는 펀드매니저로서의 역량을 키워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방실 기자 smi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