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예산 101조' 확정] 복지에 '무게' .. 특징과 의미

내년 나라살림 규모가 사상 처음으로 1백조원을 넘게 됐다.

정부는 긴축예산임을 강조하고 있지만 지난 98년 이후 재정적자가 4년 연속 계속되는 상황이어서 내년에는 이 예산만으로 나라살림을 꾸려가겠다는 의지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해졌다.내년 예산안을 보면 기획예산처가 나름대로 고심한 흔적이 엿보인다.

재정규모 증가율을 추경안 대비 6.3%로 묶어 내년도 경상성장률(8∼9%)보다 낮게 잡으려 한 것이나 서민.저소득층을 위한 생산적 복지 지원을 눈에 띄게 확충한 것이 그런 대목이다.

또 한정된 재원으로 지식정보화 시대의 성장인프라를 갖추는데 적지 않은 자금을 배정한 것과 중소.벤처기업의 경쟁력강화를 위한 인프라구축, 농.수산업의 생산성 제고와 같은 예산배정 원칙도 재정건전화를 추진하면서 장기적인 국가산업발전을 함께 염두에 둔 것으로 받아들여진다.그러나 이같은 지출을 위한 수입(세입)에서 세수증대에 지나치게 기대하고 있다는 지적을 면키 어렵게 됐다.

국제 고유가 등으로 최근 급격히 위축되고 있는 우리 경제가 내년에 8∼9%의 경상성장을 기록할 수 있을지 불확실해 내년도 세수가 크게 늘어날 것이라는데 의문을 제기하는 경우가 많다.

정부의 내년도 세수 전망은 올해 본예산보다 17조원(25%) 증가하는 것으로 돼있다.이렇게되면 재정적자 규모는 국내총생산(GDP)의 1% 이내로 축소된다는게 정부의 설명인데 이는 지나친 낙관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내년도 예산안을 분야별로 들여다보면 ''생산적 투자''보다는 ''경직성 지원''을 대폭 늘리고 있다는 점이 문제점으로 지적될 만하다.

경제의 성장 잠재력을 높일 수 있는 사회간접자본 등에 대한 투자보다는 경직성 지원성격이 큰 복지비(31.1%), 교육투자(22.7%), 대북지원(3백95%)이 큰 폭으로 증가됐다.환란 이후 소득분배 구조의 악화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저소득층의 지원을 늘리는 것은 현상황에서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그러나 생산적 투자에 대한 지원이 축소되면 지금처럼 경제의 주변여건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재정이 경기가 활성화되도록 자극할 여지가 적어진다.

더군다나 근래 고유가에다 대우차 매각지연 이후 예상되는 경제적 파장과 거시경제의 변화요인이 예산안에 신축적으로 반영되지 못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결국 생산적 투자를 줄이지 않으면서 복지예산도 일정 수준으로 유지할 수 있도록 다른 예산을 적절히 조정하는 ''지혜와 용기''가 절실하다는 얘기다.

경직성 지원 예산은 늘리기는 쉬워도 줄이기는 어려운 특성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이로 인해 앞으로 계속해 재정운신의 폭이 제한될 가능성이 있다.국회 심의과정에서도 이에 대한 논란이 예상된다.

허원순 기자 huh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