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mpany & CEO] 카펠라스 <컴팩 회장>..1백억弗 사나이

최근 미국 PC업계를 들썩이게 한 사건이 있었다.

세계최대 PC메이커인 컴팩컴퓨터가 지난주 마이클 카펠라스(46) 최고경영자(CEO)를 회장으로 임명한 것이다.이로써 그는 사장.CEO.회장의 3대 타이틀을 차지하는 3관왕이 됐다.

컴팩에 몸담은지 3년만이다.

미기업에서 한 사람이 3관왕이 되는 일은 매우 드문 일이다.카펠라스는 작년 여름 CEO가 됐을 때부터 화제를 몰고 왔다.

당시 업계에서는 외부에서 CEO를 영입할 것으로 예상했었다.

그런데 내부에서,그것도 다른 회사에서 옮겨온 지 얼마되지도 않은 ''신참''에게 경영을 맡기자 모두가 놀라워했다.당시 컴팩의 최대 주주였던 벤 로젠(67) 회장의 꼭두각시 노릇만 할 것이란 말이 나돌기도 했다.

하지만 카펠라스는 지난 1년간 이런 의혹과 불신을 말끔히 씻어냈다.

그의 진가는 지난주 로젠 회장의 은퇴성명에서 잘 드러난다."카펠라스가 CEO를 맡은 후 컴팩의 주식 시가총액이 22%(1백억달러)나 커졌다.그의 가치는 1백억달러에 달한다"

카펠라스의 CEO 영입 당시,컴팩은 침몰하기 일보 직전이었다.

''소프트웨어는 MS,마이크로칩은 인텔,하드웨어는 컴팩''이라는 ''윈텔팩''신화는 이미 깨져버렸다.

인터넷혁명의 저력을 무시한 탓이었다.

온라인 판매를 내세운 PC업계의 다크호스 델컴퓨터는 컴팩의 아성을 위협하는 존재로 부상했다.

강점이었던 서버부문에서도 쓴 맛을 봐야 했다.

디지털 이큅먼트를 인수한 후 소화불량에 걸렸다.

연간 45∼65%의 고성장을 거듭해오던 매출증가율이 99년에 5%대로 뚝 떨어졌다.

한때 51달러가 넘던 주가도 18달러까지 곤두박질쳤다.

카펠라스는 전임 CEO로부터 바통을 넘겨받자마자 대대적인 땜질 작업에 나섰다.

골칫거리였던 상용 PC부문을 재정비하고 비용절감에 힘썼다.

''승부는 지금부터''라며 온라인 PC판매에 매진했다.

그 결과 컴팩의 온라인 매출은 지난 1년새 5배로 급증했다.

차세대 컴퓨터 ''아이팩(iPAQ)''시리즈를 내놓은 것은 그의 가장 눈부신 업적이다.

주가도 최근 힘을 되찾아 30달러 선을 바라보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IDC는 아이팩을 비롯한 컴팩의 인터넷장비 매출이 지난해 24억달러에서 오는 2004년에는 1백70억달러로 크게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세계 PC업계는 ''1백억달러의 사나이'' 카펠라스를 새삼 주시하고 있다.

고성연 기자 amazing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