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속의 첨단과학] (4) '앙부일귀'..15분간격 線 새겨진 해시계

경복궁의 사정전,창덕궁의 대조전과 비원의 주합루,덕수궁의 석조전 앞에 가면 돌 받침대 위에 네 마리의 용이 솥 모양의 그릇을 떠받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이것이 바로 조선시대의 대표적인 해시계 앙부일귀(仰俯日晷)이다."세종실록"에 따르면 세종19년(1437년) 4월에 앙부일귀 2개를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혜정교(지금의 광화문 우체국 뒤편)와 종묘 앞에 설치하고 시를 나타내는 눈금 위에 각 시를 상징하는 12지신의 동물인형을 그려 넣음으로써 글자를 읽을 줄 모르는 사람도 시간을 알 수 있도록 했다고 한다.

앙부일귀라는 이름은 솥이 하늘을 쳐다보고 있는 형상이라는데서 붙여진 이름인데 오목 해시계라고도 부른다.

앙부일귀는 오목한 반구의 안쪽에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십이시를 나타내는 시각선을 새기고, 위에서 아래로 24절기를 나타내는 절기선을 새겨 시반(時盤)을 만든 다음 위도(緯度)에 맞추어 반구의 안쪽 남극에다 북극을 향해 영침(해의 그림자를 만드는데 필요한 끝이 뾰족한 막대)을 비스듬히 꽂았다.이 앙부일귀를 해를 향해 남북을 맞춰 놓고 그림자의 끝을 시각선 위에서 읽으면 현재의 시간을 알 수 있고,절기선 위에서 읽으면 절기를 알아낼 수 있다.

이때 읽은 시각은 평균태양시가 아닌 진태양시이며,절기선의 눈금 간격을 세분하면 날짜도 정확하게 알수 있다.

15세기에 만능 달력시계라 해도 과언이 아닌 해시계를 만든 나라는 우리나라 밖에 없었다.현존하는 앙부일귀는 17세기 이후에 제작된 것들로서 15분 간격으로 시각선이 새겨있다.

이것으로 현재의 시각을 알아내려면 진태양시와 평균태양시의 차이로 생기는 균시차를 보정해 주어야 한다.

한번 만들어 놓으면 특별한 경우를 빼고는 수리할 필요도,태엽을 감을 필요도,전지를 갈아 끼울 걱정도 없는 해시계의 환경친화적인 면을 살려 정확한 해시계를 만들어 보급하는 운동이 세계적으로 활발하게 벌어지고 있는 것을 보면,우리 조상들의 발명정신과 현명함이 한층 새롭게 다가오는 듯 하다.균시차 : 현재 우리 나라의 표준시는 서울의 경도인 동경 127도 30분을 사용하지 않고 동경 135도(도쿄)의 표준시간을 쓰고 있기 때문에 서울을 기준으로 30분의 시간 차이가 생긴다.

따라서 진태양시를 평균태양시로 맞추려면 30분을 더해주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