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 저널] 조명록과 김영남

조명록 북한 국방위원회 제1부위원장이 화려한 조명을 받으며 샌프란시스코(8일)를 통해 9일 워싱턴으로 들어온다.

10일 빌 클린턴대통령을 만나고 11일에는 윌리엄 코언 국방장관과 회담한다.대외적으로 북한을 대표하는 김영남 북한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지난달 독일 프랑크푸르트 공항에서 망신을 당하고 되돌아간 것과 비교하면 전혀 딴 세상 얘기다.

지난 5일 미국무부 브리핑에 나온 찰스 카트먼 한반도평화회담 담당특사는 "이제까지 우리의 대북 접촉은 매우 ''좁은 외교적 창문(narrow diplomatic window)''에 국한돼 있었다.

하지만 이제 우리는 김정일 북한국방위원장의 목소리를 직접 듣게됐다"고 조명록의 방문의미를 설명했다.조명록의 말은 김 국방위원장의 목소리로 간주할 수 있다는 뜻이다.

김용순 강석주 김계관 등 카트먼이 상대해온 수많은 북한인들 모두가 일일이 본국의 훈령을 받아야 하는 ''힘없는 외교관''에 불과했지만 ''군인 조명록''은 다르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날 브리핑을 주도한 웬디 셔먼 대북정책조정관도 "조명록 제1부위원장이 김정일로부터 어느정도의 권한위임을 받은 것으로 보느냐"는 기자들 질문에 "모든 권한(full authority)을 위임받은 것"으로 생각한다고 답했을 정도다. 셔먼은 특히 99년5월 페리와 함께 이른바 ''페리보고서''를 들고 평양을 찾아갔었지만 "그곳에서도 김정일과 그 군부측근은 만날 수 없었다"고 고백했다.

그러던 북한과 김정일이 조명록이라는 군부최고실세를 특사로 파견한 사실에 미국이 적지않게 흥분하고 있다.

한발 더 나아가 셔먼은 조명록의 실체를 캐묻는 미국기자들에게 "그는 김정일의 오른팔로 제2인자이며 형식적인 국가대표인 김영남은 3인자"라고 단정적으로 평가하기까지 했다.북한 어디에선가 스스를 제3인자로 자임하는 인사가 들었으면 매우 섭섭해했을 지도 모르는 위험한(?) 발언이었다.

워싱턴 체류 3일동안 김정일의 분신이라는 조명록의 손에 미국이 어떤 선물을 쥐어 줄지 자못 궁금하다.

양봉진 워싱턴 특파원 www.bjGloba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