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한 '性이야기' 아름다운 종영 .. SBS '아름다운 성'

지금와서는 ''별 것도 아닌 것''이라고 얘기할 수 있지만 불과 6개월전 SBS 경영진은 ''아름다운 성''의 방송여부를 쉽게 결정하지 못했다.

성담론을 방송을 통해 공론화하겠다는 의도로 제작된 이 프로그램의 방송여부를 두고 SBS내에서 조차 의견이 분분했기 때문이다.인기리에 방영됐던 ''생명의 기적''을 제작한 박정훈 PD의 프로그램인 만큼 선정성 시비는 비껴갈 수 있지 않겠느냐는 의견도 있었으나 쉽게 결정나지 않았다.

그래서 성전문가와 기자들을 대상으로 한 시사회까지 거치며 의견을 수렴하기도 했다.

이런 우여곡절끝에 특집 스페셜형식으로 출발했던 ''아름다운 성''이 시청자들의 호응에 힘입어 정규프로그램으로 바뀌었다.지난 6개월 동안 지상파 방송으로는 처음으로 성담론을 공론의 장으로 끌어냈던 SBS ''아름다운 성''(토 오후 11시50분)이 오는 13일 22회를 끝으로 막을 내린다.

이 프로그램은 첫회 ''횟수의 진실''을 시작으로 ''TV에서 어떻게 저런 것을''이라고 할만한 주제들을 주저없이 택했다.

''신혼 첫날밤 피임'' ''정력의 허와 실'' ''오르가슴의 실체'' ''노인의 성'' 등 이전까지 금기시돼 온 주제들을 통해 성에 대한 사회의 이중적인 잣대를 무너뜨렸다.하지만 제작진은 외설과 선정성 시비에 휘말리지 않기 위해 항상 살얼음판을 걷는 기분이었다.

박 PD는 "성에 관한 한 다양성을 인정하지 않는 사회적 편견과 왜곡된 성문화에 도전하겠다는 기획의도를 지키기가 쉽지 않았다"며 "방송후의 논쟁은 반가웠지만 일부에서 제기하는 선정성 시비만은 참기 힘들었다"고 회고했다.

특히 ''미혼녀들의 성''이 방송된 후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일부 남성들의 반응에서는 여전히 우리사회가 여성에게 억압된 성을 강요하고 있음을 읽었다고 한다.청소년 시청자들을 고려한 제도적 장치와 진행자의 성에 대한 희화적 표현과 같은 일부 지적도 없지 않았다.

그렇지만 ''아름다운 성''이 우리사회의 성에 대한 스펙트럼을 한차원 끌어올리는데 상당한 기여를 했다는 데 이의를 다는 시청자는 많지 않은 것 같다.

김형호 기자 chsan@hankyung.com

[ 10월 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