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개미지옥과 '醫亂'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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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루 밑이나 양지바른 모래 땅을 보면 깔때기 모양의 조그만 구멍이 있다.
명주잠자리의 유충인 ''개미귀신''이 파놓은 ''개미지옥''이라고 부르는 함정이다.개미가 이곳에 빠지면 살아나오기 어렵다.
빠져나오려고 발버둥치면 흙이 무너져 내려 오히려 움직이기 어렵게 되고 그때를 틈타 개미귀신이 덮쳐 버린다.
네번째 의료대란이 한창 진행중인 지금,정부가 바로 개미지옥에 빠진 개미꼴이 됐다.어떻게든 헤쳐나오려고 허우적대는 통에 오히려 꼼짝 못하게 됐다.
냉정하게 주변을 살피며 상황을 파악했더라면 기회라도 엿볼 수 있었겠지만 이젠 꼼짝없이 사생결단을 내려야 하게 됐다.
지난 4월과 6월,8월에 이어 또다시 벌어지는 의료대란의 상황과 그 과정에서 정부가 보인 행태를 보면 화를 자초했다는 지적을 면할 수 없다.잘못됐다는 것을 알면서도 계속 무리수를 두어 이제는 되돌아갈 수도 없고,밀어붙이기도 곤란한 상황을 만들어버렸다는 지적이다.
첫 파업이 벌어진 지난 4월엔 ''시범시행''을 거부했다.
환자들의 불만이 터져 나오면 중대한 개혁과제인 의약분업을 아예 못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였다.시행하면서 문제점을 해소하자며 밀어붙였다.
6월에 또 파업이 벌어지자 정부는 당초의 대국민 약속을 저버리고 곧바로 의료수가를 올려주었다.
하지만 8월에 또 파업이 벌어졌다.
그러자 처방료와 조제료 수가 등을 더 올려 주었다.
의과대학 정원을 줄이고 전공의들의 임금을 올려준다는 약속도 했다.
이젠 어쩔 도리가 없다.
''유예''나 ''백지화'' 얘기가 거론되지만 말처럼 쉽지가 않다.
올린 진료비를 다시 내리고 약국들이 빚을 지고 사놓은 약값을 정부가 대신 물어주어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다.
이 모양대로라면 우리의 불쌍한 개미는 아무래도 개미지옥을 성해서 빠져나오기 어려울 것 같다.
''잘못했다''고 사과하며 애원하고 있지만 개미귀신은 들은 척도 않고 있다.
더군다나 영업정지와 면허정지,강제입영 등 험악한 얘기들도 ''엄포''라는 사실을 스스로 확인시켜준 터다.개미귀신은 이제 치명적인 마지막 공격을 가할 태세다.
김도경 사회부 기자 infofest@hankyung.com
명주잠자리의 유충인 ''개미귀신''이 파놓은 ''개미지옥''이라고 부르는 함정이다.개미가 이곳에 빠지면 살아나오기 어렵다.
빠져나오려고 발버둥치면 흙이 무너져 내려 오히려 움직이기 어렵게 되고 그때를 틈타 개미귀신이 덮쳐 버린다.
네번째 의료대란이 한창 진행중인 지금,정부가 바로 개미지옥에 빠진 개미꼴이 됐다.어떻게든 헤쳐나오려고 허우적대는 통에 오히려 꼼짝 못하게 됐다.
냉정하게 주변을 살피며 상황을 파악했더라면 기회라도 엿볼 수 있었겠지만 이젠 꼼짝없이 사생결단을 내려야 하게 됐다.
지난 4월과 6월,8월에 이어 또다시 벌어지는 의료대란의 상황과 그 과정에서 정부가 보인 행태를 보면 화를 자초했다는 지적을 면할 수 없다.잘못됐다는 것을 알면서도 계속 무리수를 두어 이제는 되돌아갈 수도 없고,밀어붙이기도 곤란한 상황을 만들어버렸다는 지적이다.
첫 파업이 벌어진 지난 4월엔 ''시범시행''을 거부했다.
환자들의 불만이 터져 나오면 중대한 개혁과제인 의약분업을 아예 못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였다.시행하면서 문제점을 해소하자며 밀어붙였다.
6월에 또 파업이 벌어지자 정부는 당초의 대국민 약속을 저버리고 곧바로 의료수가를 올려주었다.
하지만 8월에 또 파업이 벌어졌다.
그러자 처방료와 조제료 수가 등을 더 올려 주었다.
의과대학 정원을 줄이고 전공의들의 임금을 올려준다는 약속도 했다.
이젠 어쩔 도리가 없다.
''유예''나 ''백지화'' 얘기가 거론되지만 말처럼 쉽지가 않다.
올린 진료비를 다시 내리고 약국들이 빚을 지고 사놓은 약값을 정부가 대신 물어주어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다.
이 모양대로라면 우리의 불쌍한 개미는 아무래도 개미지옥을 성해서 빠져나오기 어려울 것 같다.
''잘못했다''고 사과하며 애원하고 있지만 개미귀신은 들은 척도 않고 있다.
더군다나 영업정지와 면허정지,강제입영 등 험악한 얘기들도 ''엄포''라는 사실을 스스로 확인시켜준 터다.개미귀신은 이제 치명적인 마지막 공격을 가할 태세다.
김도경 사회부 기자 infofe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