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비즈 뉴리더] 勇 : '통신CEO' .. "경험과 연륜으로 말한다"

인터넷 벤처업계에서는 30대 후반이면 노인축에 든다.

20대 후반이나 30대 전반의 젊은이들이 "닷컴"기업들을 이끌고 있다.이와는 대조적으로 통신업계 경영인중에선 30대를 찾아볼 수 없다.

적어도 50줄에는 들어서야 사장 명함을 내밀 수 있다.

유선통신이든 이동통신이든 환갑 안팎의 "할아버지"들이 사장 자리를 꿰차고 업계를 이끌고 있다.주요 통신업체 사장 가운데 환갑을 넘긴 이로는 하나로통신 신윤식(64)사장,한국통신 이계철(60)사장,한국통신엠닷컴 정의진(60)사장이 있다.

SK텔레콤 조정남(59)사장,두루넷 김종길(59)사장,한국통신프리텔 이용경(57)사장도 환갑을 눈앞에 두고 있다.

가장 나이가 많은 신윤식 사장은 늦깎이 경영인이다.그는 지난 90년 체신부차관에서 물러난 뒤 91~94년중 데이콤 사장을 지냈고 97년 하나로통신을 설립,지금까지 사장을 맡고 있다.

나이가 많고 기업 경력은 짧지만 일에서는 강한 추진력을 발휘한다.

ADSL을 도입해 한국을 인터넷 선진국으로 만들 수 있었던 것도 이런 추진력에서 비롯됐다.한국통신의 이계철 사장도 신 사장과 마찬가지로 체신부 차관 출신이다.

업계에서는 청렴결백하고 강직하다는 평을 듣는다.

공무원 시절이나 지금이나 외압에 굴하지 않고 의지대로 관철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일 추진에서는 신중한 편이다.

이 사장과 동갑내기인 한국통신엠닷컴의 정의진 사장은 삼성반도체통신 한국통신진흥 서울이동통신 등을 거친 전문경영인이다.

SK텔레콤의 조정남 사장은 서울대 화공학과를 졸업한 뒤 유공(지금의 SK)에 입사한 엔지니어 출신의 전문경영인으로 순발력과 친화력이 남다르다.

경영환경의 변화에 재빨리 대처하는 능력이 뛰어나고 재담으로 분위기를 누그러뜨리는 데도 탁월한 솜씨를 발휘한다.

안동 유학자 집안의 장손인 두루넷의 김종길 사장은 새로운 사업을 일으켜 정상궤도에 올려놓는 수완이 좋은 경영인.

벤처기업에 불과한 삼보컴퓨터를 국내 최대의 컴퓨터회사로 키우고 나래이동통신에서 "삐삐 붐"을 일으켰던 장본인이다.

올해 들어서는 두루넷을 미국 나스닥에 상장시켜 눈길을 끌기도 했다.

뚝심이 있고 보스 기질도 강한 편이다.

한국통신프리텔 이용경 사장은 통신기술에 밝고 디지털사회에 친숙한 경영인이란 말을 듣는다.

e메일 활용이나 전자결제에 관한한 어느 경영인보다 앞서가고 있다.

게다가 엑슨 AT&T 벨 등 미국업체에서 약 15년간 연구원으로 일한 바 있는 공학박사 출신의 엔지니어이다.

또 겉보기완 다르게 주관이 뚜렷해 외유내강형 경영인이라는 평가를 받기도 한다.

통신업계에서 비교적 젊은 축에 드는 경영인으로는 데이콤의 정규석(52)사장과 LG텔레콤의 남용(52)사장을 꼽을 수 있다.

두 사람의 공통점은 서울대 출신으로 나이가 같고 LG그룹이 내세우는 경영인이라는 점이다.

하지만 두 사람은 여러가지 면에서 대조적이다.

한마디로 정 사장은 해외파 엔지니어이고 남 사장은 국내파 전략가이다.

정 사장은 한국통신프리텔 이용경 사장과 마찬가지로 박사.엔지니어 출신의 경영인이다.

그는 미국 버클리대에서 전산통계학 박사 학위를 받은 뒤 국립아곤연구소와 AT&T에서 15년간 연구원으로 일하다가 7년전인 93년에야 귀국,한국이동통신과 데이콤에서 연구소장을 지냈다.

반면 남 사장은 LG그룹에서 잔뼈가 굵은 샐러리맨 전문경영인이다.

지난 76년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자마자 금성사(지금의 LG전자)에 입사했고 임원이 된 뒤에는 주로 경영혁신추진본부에서 전략을 담당해온 LG그룹의 대표적 브레인이다.

금성사 미국지사에서 7년동안 근무한 덕에 영어에 능통해 LG그룹에서는 국제통으로 꼽히기도 한다.한편 통신업계 관계자들은 리더들이 상대적으로 고령인 것은 다른 분야와는 달리 조직이 크고 업무 종류가 다양해 경험 많은 노련한 경영인이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풀이했다.

김광현 기자 kh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