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감시대] (188) 제2부 : IMF시대 <4> 살인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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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홍상화
진성호가 빈소에 자리를 하자 대해실업의 사장단을 필두로 해서 중역들이 조문실로 들어오기 시작했다.한참 조문객들을 치른 후 진성호는 잠시 짬이 났을 때 문상객이 모인 곳으로 갔다.
한쪽 자리에 황무석과 함께 자리를 같이한 권혁배 의원이 눈에 띄었다.
진성호가 그곳으로 향하자 권 의원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그러더니 갑자기 자기 앞으로 다가온 진성호를 향해 넙죽 큰절을 했다.
진성호는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의식해 몹시 당황해하며 똑같이 큰절로 받았다.
"얼마나 슬프십니까? 심심한 사의를 표합니다"권 의원이 엎드린 채 고개를 숙인 자세로 엄숙히 말했다.
"바쁘신데 이렇게 왕림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진성호는 권 의원과 마주보고 앉았다.황무석이 옆에 앉아 두 사람에게 소주를 따라주었다.
"사고를 낸 뺑소니 자동차 운전수는 잡았습니까?"
권혁배가 소주를 들이킨 후 물었다.
"아직 못 잡았습니다"
진성호가 대답했다.
권혁배가 말을 이었다.
"우리나라는 지금 경찰의 힘이 약해서 큰일났습니다.
구속영장 없이 현장에서 사람을 집어넣을 수 있는 사람은 경찰밖에 없습니다.
미국 보십시오.
사회 지위의 상하를 막론하고 시민들이 경찰을 얼마나 무서워합니까?
경찰에게 불경스러운 말만 해도 잡아넣으니까요.
민주주의가 될수록 경찰력은 강해야 합니다.
그런데 민주주의를 부르짖는 자들이 경찰을 우습게 아니까요"
권혁배의 말이 끝나자 황무석이 끼여들었다.
"경찰의 위신을 살려야 하고,정보기관의 효율성도 살려야 합니다.
국가경영의 중추신경이 정보기관이니까요.
동서 대치 상황이 무너지고 무한경쟁 시대에 들어선 지금,외국 정보기관은 국제무대에서 자국의 경제적 이익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데,우리 정보기관은 아직도 권력이 마음대로 주무르고 있지요.
미국의 FBI(연방수사국) 국장은 임기가 10년이랍니다.
적어도 두 사람의 대통령을 섬겨야 하기 때문에 자신을 임명한 대통령에게만 충성할 수 없지요"
정보기관 주변에 친구가 많은 황무석답게 정보기관을 대변하는 말을 했다.
권혁배가 다시 입을 열었다.
"정보기관장도 멋대로 자주 바꿀 뿐더러 각료들도 마찬가지로 멋대로 바꾸지요.
미국의 경제를 총괄하고 있다고 할 수 있는 그린스펀 연방준비위원회 위원장은 거의 10년 동안 두 대통령 밑에서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지요.
다음 정권 때도 그 자리에 머물 가능성이 많다고 합니다"
진성호가 그냥 듣고만 있기도 뭐해서 대화에 끼여들었다.
"우리나라 문제는 임명직 공직자인데도 권력층에서 마음대로 임기말 전에 갈아치운다는 거지요.
임명기간만 철저히 보장해주면 어느 정도 소신껏 일할 수 있는 환경이 될 텐데 말예요""공직자라는 자들이 다 털면 먼지 안 나는 자들이 없기 때문이지요"
권혁배가 진성호의 말을 거들었다.
진성호가 빈소에 자리를 하자 대해실업의 사장단을 필두로 해서 중역들이 조문실로 들어오기 시작했다.한참 조문객들을 치른 후 진성호는 잠시 짬이 났을 때 문상객이 모인 곳으로 갔다.
한쪽 자리에 황무석과 함께 자리를 같이한 권혁배 의원이 눈에 띄었다.
진성호가 그곳으로 향하자 권 의원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그러더니 갑자기 자기 앞으로 다가온 진성호를 향해 넙죽 큰절을 했다.
진성호는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의식해 몹시 당황해하며 똑같이 큰절로 받았다.
"얼마나 슬프십니까? 심심한 사의를 표합니다"권 의원이 엎드린 채 고개를 숙인 자세로 엄숙히 말했다.
"바쁘신데 이렇게 왕림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진성호는 권 의원과 마주보고 앉았다.황무석이 옆에 앉아 두 사람에게 소주를 따라주었다.
"사고를 낸 뺑소니 자동차 운전수는 잡았습니까?"
권혁배가 소주를 들이킨 후 물었다.
"아직 못 잡았습니다"
진성호가 대답했다.
권혁배가 말을 이었다.
"우리나라는 지금 경찰의 힘이 약해서 큰일났습니다.
구속영장 없이 현장에서 사람을 집어넣을 수 있는 사람은 경찰밖에 없습니다.
미국 보십시오.
사회 지위의 상하를 막론하고 시민들이 경찰을 얼마나 무서워합니까?
경찰에게 불경스러운 말만 해도 잡아넣으니까요.
민주주의가 될수록 경찰력은 강해야 합니다.
그런데 민주주의를 부르짖는 자들이 경찰을 우습게 아니까요"
권혁배의 말이 끝나자 황무석이 끼여들었다.
"경찰의 위신을 살려야 하고,정보기관의 효율성도 살려야 합니다.
국가경영의 중추신경이 정보기관이니까요.
동서 대치 상황이 무너지고 무한경쟁 시대에 들어선 지금,외국 정보기관은 국제무대에서 자국의 경제적 이익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데,우리 정보기관은 아직도 권력이 마음대로 주무르고 있지요.
미국의 FBI(연방수사국) 국장은 임기가 10년이랍니다.
적어도 두 사람의 대통령을 섬겨야 하기 때문에 자신을 임명한 대통령에게만 충성할 수 없지요"
정보기관 주변에 친구가 많은 황무석답게 정보기관을 대변하는 말을 했다.
권혁배가 다시 입을 열었다.
"정보기관장도 멋대로 자주 바꿀 뿐더러 각료들도 마찬가지로 멋대로 바꾸지요.
미국의 경제를 총괄하고 있다고 할 수 있는 그린스펀 연방준비위원회 위원장은 거의 10년 동안 두 대통령 밑에서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지요.
다음 정권 때도 그 자리에 머물 가능성이 많다고 합니다"
진성호가 그냥 듣고만 있기도 뭐해서 대화에 끼여들었다.
"우리나라 문제는 임명직 공직자인데도 권력층에서 마음대로 임기말 전에 갈아치운다는 거지요.
임명기간만 철저히 보장해주면 어느 정도 소신껏 일할 수 있는 환경이 될 텐데 말예요""공직자라는 자들이 다 털면 먼지 안 나는 자들이 없기 때문이지요"
권혁배가 진성호의 말을 거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