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성우 변호사의 'e비즈 법률클리닉'] (16) '번역과 인터넷'

인터넷을 통해 세계 각국 사이트를 서핑하면서 네티즌이 가장 불편하게 느끼는 점은 바로 언어장벽입니다.

영어나 일어까지는 몰라도 독일어나 프랑스어로 된 사이트의 경우 그 내용을 자세히 알고 싶어도 그림으로만 추측해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지요.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인터넷상의 정보를 손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자동번역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사이트가 최근 속속 생겨나고 있습니다.

국내에서도 여러 업체들이 영어나 일어 등 외국어로 된 홈페이지를 실시간으로 국문 번역해 주는 실시간 번역 프로그램의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러면 이러한 번역을 통한 정보 제공에는 아무런 법적인 문제가 없는 것일까요? 우리나라 저작권법은 원저작물을 번역, 편곡, 변형, 각색, 영화제작,그 밖의 방법으로 작성한 창작물을 이른바 "2차적 저작물"이라고 하여 법적으로 보호합니다. 즉 번역도 제2의 창작이라고 하여 보호해 주는 것이지요.

그런데 이러한 번역은 아무나 할 수가 없다는데 문제가 있습니다.

즉 어떤 저작물을 이용하여 2차적 저작물(번역물)을 작성할 권리는 원저작자에게 있습니다. 따라서 원저작자의 허락 없이 무단으로 다른 사람의 저작물을 번역하는 것은 원저작자의 2차적 저작물 작성권을 침해하는 행위가 되는 것입니다.

이러한 맥락에서 보면 우선 인터넷의 웹페이지를 허락 없이 번역을 하여 게시하는 경우 그 웹페이지의 컨텐츠 내용 가운데 창작의 결과인 저작물이 있다면 그 저작자의 번역권을 침해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습니다.

물론 서버에 번역기를 설치해 놓고 외국의 웹사이트를 번역하여 국내 네티즌에게 제공하는 경우에는 단지 변역기가 기계적으로 기능을 수행한다는 점이 다소 다르기는 하나 그 본질의 면에서는 위에서 살펴본 경우와 크게 다르지는 않다고 봅니다. 오히려 현재 기술상으로 자동번역기의 정확성이 매우 떨어지기 때문에 추가적인 법률문제까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즉 저작권자의 권리 가운데는 "동일성 유지권"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누구든지 저작물의 내용을 임의로 변경시킬 수가 없다는 것이지요.

그런데 오역이 심할 경우 원저작물의 동일성이 손상될 수 있기 때문에 원저작권자의 동일성 유지권을 침해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는 것입니다.

다만, 공표된 저작물을 보도, 비평, 교육, 연구 등을 위하여 정당한 범위 안에서 번역하여 인용하거나 영리를 목적으로 하지 아니하고 개인적으로 이용하거나 가정 및 이에 준하는 한정된 범위 안에서 번역하여 사용하는 경우는 기존의 저작권법 체제하에서도 허용이 되는 것입니다.

그리고 웹사이트에 저작물을 게시하는 것은 널리 그 내용을 알리려는 게 일반적이므로 원저작자가 번역까지도 묵시적으로 승낙한 것으로 볼 여지도 있고 따라서 그 내용을 번역했다고 해서 이를 문제삼을 저작자는 그리 많지 않을 것으로 보여집니다.

실제로 웹사이트상의 저작물에 대하여는 단순한 저작물의 번역에 관한 전통의 저작권법 이론이 그대로 적용될 수 없다는 주장도 만만치가 않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논의가 아직 입법이나 판례로 분명히 정착되지 않은 상태여서 웹페이지 자동 번역 서비스의 법적인 문제점은 남아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현 단계에서는 번역서비스의 제공 방법의 측면에서 좀 더 세심한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지 않나 생각됩니다. 즉 서버에 번역기를 설치하여 외국의 웹사이트를 실시간으로 번역하는 것보다 네티즌들로 하여금 일정한 개인용 번역 소프트웨어를 개인 컴퓨터로 전송받도록 하여 일본 웹사이트에 연결될 때마다 전송받은 번역소프트웨어가 구동되도록 하고 또 원저작자로부터 이의가 있을 때는 즉각 이를 수용하는 등의 조치를 취해 향후 생길지 모르는 법적 문제를 최소화하는 것이 필요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