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산업 뉴빅뱅] 보험 : 종신보험 국내-외국사 진검승부

사망 시기와 원인에 관계없이 계약자가 사망하면 무조건 약속한 보험금을 지급하는 종신보험의 인기가 날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현재 국내 생명보험 상품중에 종신보험이 차지하는 비중은 3%안팎에 불과하다. 그러나 미국 유럽 등 선진국의 사례를 비춰볼때 업계는 향후 10년내에 종신보험이 국내 생명보험 시장의 70~80%를 차지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실제 올 4월~6월 동안 계약된 종신보험 건수는 10만건을 넘어 지난해 같은 기간의 4만여건에 비해 두배이상 늘어났다.

이 시장을 놓고 외국계 보험사와 국내 보험사간의 경쟁이 후끈하게 달아오르고 있다. 이제 종신보험시장을 빼놓고는 생명보험업계의 강자가 될 수 없기 때문이다.


국내사의 도전=그동안 종신보험은 외국계 생보사의 전유물이었다.

국내 보험사가 여성설계사를 중심으로 암보험 등 저가의 특화상품에 주력해온데 반해 외국사들은 "고학력 남성설계사"를 앞세워 고가의 종신보험만을 전문적으로 취급해왔기 때문이다. 따라서 종신보험=외국계 보험사라는 공식이 올초까지만 해도 당연한 듯이 여겨졌다.

그러나 지난 4월부터는 상황이 바뀌기 시작했다.

삼성 교보 대한 등 국내 대형 생보사들이 종신보험 시장을 놓고 외국계 보험사의 아성에 도전한 것이다. 이들은 기존 종신보험보다 최고 25% 저렴한 보험료와 막강한 영업력으로 그동안 종신보험시장에서 외면받았던 중산층 이하를 대상으로 공격적인 영업전략을 폈다.

그 결과 일부 대형생보사는 지난 6월부터 월납 신규 보험료 기준으로 외국사를 제친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생명 관계자는 "지난 8월 한달동안 28억원 이상의 신규 보험료를 거둬들여 8~9억 정도에 불과한 외국사를 크게 능가했다"고 말했다.

삼성생명도 기존 여성설계사 외에 3년이상 직장경력이 있는 대졸 남성설계사를 대거 채용,본격적으로 종신보험 시장에 뛰어들었다.

중소 생보사들도 종신보험을 강화하겠다고 나섰다.

특히 동양생명은 앞으로 종신보험 등 보장성보험에 특화,현재 17%에 이르는 종신보험 판매비중(초회보험료 기준)을 2005년까지 50%까지 올리기로 내부방침을 정했다.

신한생명도 종신보험 판매비중을 2002년까지 25%까지 끌어올리기로 선언하고 전열을 가다듬고 있다.

이밖에 SK,대신,현대생명 등도 이 시장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외국사의 대응=대형사의 보험료 인하에 푸르덴셜과 메트라이프 등 외국계 생보사들은 지난 6월 보험료 10% 할인이라는 고육지책으로 응수했다.

그러나 외국사들은 가격으로 대형사와 경쟁하는 것은 무리라고 판단,앞으로는 시스템과 서비스를 강화해 국내사의 도전에 대응하겠다는 전략을 세웠다.

외국계 보험사들은 종신보험이 고객의 평생에 걸쳐 서비스하는 상품이기 때문에 중요한 것은 시장점유율이 아니라 계약유지율이라고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따라서 국내보험사들의 진정한 성공여부는 2~3년후 계약유지율을 보고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 외국계 보험사들의 입장이다. ING생명의 김종원 상무는 "푸르덴셜이나 ING 고객이 1년이상 계약을 유지하는 경우는 95%에 육박하고 2년이상 유지하는 경우도 80%를 넘는다"며 "이는 곧 고객이 외국계 보험사의 서비스에 만족하고 있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오상헌 기자 oh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