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산업 뉴빅뱅] 사이버 뱅킹 : 금융패권 잡기 '사활건 IT戰'

"21세기 금융패권은 인터넷에서 판가름 난다"

인터넷 뱅킹이 폭발적으로 확산되면서 은행들의 생존전략도 IT경쟁력 확보로 집중되고 있다. 지난해 7월부터 도입된 국내 인터넷 뱅킹의 등록고객수는 1년2개월만에 3백만명에 육박할 정도로 급증세를 보이고 있다.

국내 시중은행들이 연간 1조원이 넘는 돈을 쏟아 부으며 사이버 금융시장을 놓고 퇴로 없는 한판승부를 준비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금융권에 몰아치는 합병 소용돌이의 한 가운데엔 이처럼 막대한 IT(정보통신기술) 투자비용에 대한 부담을 줄이자는 포석이 깔려 있다.
사이버 금융 환경=금융업계의 최대 화두는 단연 인터넷 뱅킹이다.

인터넷 뱅킹의 출현으로 기존의 금융거래가 시간적.공간적 제약을 받지 않고 실행되는 시대가 열렸기 때문이다.

업무의 효율화를 위해서라도 은행들에게 인터넷 뱅킹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인터넷을 통한 금융기관간 상품비교가 가능해지면서 고객들의 이동도 가속화되고 있다.

지리적 우위성이 더이상 은행의 경쟁력을 보장해 주지 못하며 각종 금융정보는 대형 금융기관만의 독식대상이 될 수 없다는 얘기다.

금융계 관계자들은 "정보통신 기술의 발전에 따라 앞으로 인터넷뱅킹의 서비스 영역이 확대되면서 인터넷과 휴대폰이 은행영업의 주역으로 빠르게 자리잡게 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이에 따라 은행들은 점포 창구보다 저렴한 수수료와 대출이율을 내걸고 인터넷 뱅킹시장 선점을 위해 총력전에 나서고 있다.

인터넷 뱅킹 현황=국내 인터넷 뱅킹 등록고객수는 9월말 현재 2백63만명으로 집계됐다.

지난해말 12만명의 22배 규모.지난 6월말의 1백23만명에 비해선 3개월새 2배이상으로 늘어난 셈이다.

하루 평균 1만명 이상 늘어나는 폭발적인 증가세다.

조흥과 국민은행의 인터넷 뱅킹 가입고객수는 각각 50만명을 웃돌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인터넷뱅킹을 통한 각종 조회와 자금이체 및 대출서비스 이용실적도 6월 한달간 1천2백52만건에 달해 지난 3월보다 1백59% 증가했다.

인터넷 뱅킹을 이용해 이뤄진 자금이체 규모는 18조2천4백16억원(2천5백4건)에 달했다.

인터넷 뱅킹은 지난해 7월 신한은행이 도입한 이래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을 제외한 20개 은행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하나은행 등은 일선 점포없이 가상공간에서만 영업하는 "인터넷 전문은행"의 설립도 추진중이다.

휴대전화를 활용한 모바일 뱅킹도 휴대폰의 보급과 함께 인기를 끌고 있다.

한빛 외환 농협 등 9개 은행이 휴대폰을 통한 예금잔액 조회와 계좌이체 서비스에 나섰다.

은행들의 IT 투자열풍=21세기 금융업은 돈과 정보기술의 합작품이다.

시티은행 존 리드 전 회장은 "시티은행의 최대 라이벌은 체이스맨해튼 은행이 아니라 IBM"이라고 말할 정도다.

국내 시중은행들은 올해 총 1조2백억원이 넘는 돈을 IT 분야에 투자할 계획이다.

주택 조흥 한빛 국민은행 등은 올 한해에만 1천5백억원 안팎의 돈을 전자금융과 인터넷뱅킹 투자에 쏟아붓고 있다.

또 은행들은 인터넷뱅킹을 전담하는 부서를 자회사 형태로 분리,전산분야의 역량을 집중시키는 추세다.

주택과 국민은행 등은 인터넷사업본부를 발족시켜 독립사업부서로 분리했다.

조흥 신한은행 등은 중장기적으로 자회사 형태로 인터넷 뱅킹 시스템을 분리하는 방안을 추진중이다.

하지만 인터넷 뱅킹을 포함한 IT 투자에 들어가는 비용이 만만치 않다는 것이 은행들의 공통된 고민이다. 은행이 인터넷뱅킹을 독자적으로 운영하고 개인및 기업여신관리,리스크관리 등을 모두 전산화하는 "디지털뱅크"로 성장하기 위해선 은행별로 5천억~6천억원 이상이 필요할 것으로 금융계는 전망하고 있다.

유병연 기자 yoob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