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라카미 류 신작 '공생충'] 이 세계가 소멸해도 아까울게 있을까?

일본 소설가 무라카미 류(48)의 신작 ''공생충''(웅진닷컴)이 번역됐다.

작가는 인터넷에 몰두하는 자폐증 환자와 공생충이란 벌레를 소재로 인터넷이 인간의 영혼을 파괴하는 무기가 될 수 있음을 경고한다.동전을 넣고 물건을 보관하는 코인로커에 버려진 아이들이 해저에 봉인된 화학물질을 습득,거대도시를 파괴한다는 내용의 이전 소설과 비슷하다.

주인공인 ''나''는 가정과 학교로부터 버림받은 소년.

항우울제 남용으로 사색과 반항 능력을 상실한 상태다.소년은 어린 시절 한 노인의 몸에서 공생충이라는 벌레가 옮아왔다고 믿는다.

혼자 틀어박혀 TV에 나오는 여성 캐스터를 흠모하던 소년은 어느날 인터바이오라는 집단으로부터 e메일을 받는다.

편지는 공생충을 기르고 있는 사람은 인류를 상대로 폭력을 휘두를 수 있다는 내용.소년은 살인할 권리를 부여받았다고 믿기 시작한다.

그때 소년이 무법집단에 조종당하고 있음을 알리는 메일이 날아든다.

공생충은 환각일뿐 실재가 아니란 주장.소년과 같이 희생된 인물이 셀수없이 많다는 것이었다.

인터바이오그룹은 소년에게 ''도쿄역 사린 가스 살포''같은 이벤트를 종용한다.

그들은 48시간 이내 시체를 가져오지 않으면 자위하는 장면이 담긴 동영상을 인터넷에 공개하겠다고 협박한다.

소년은 독가스로 인터바이오그룹 사람들을 살해한다.

작가는 인터넷 e메일의 다양한 형태를 활용,추리소설 및 심리드라마적 요소를 강화한다.

공생충은 멸절을 운명으로 하는 인류에게 닥칠 모든 재앙의 가능성을 상징한다.

허무주의자인 무라카미 류는 말한다.

''이 세계가 다 소멸해버린다면 인간에게 아까울 것이 무엇있겠는가''.

''끝까지 혼자서 가버리는'' 무라카미 류의 극단성은 자못 비장하기까지하다.

그러나 작가는 다시 말한다.

''공생충 마지막 장을 쓰면서 희망에 대해 생각해보았다.

작품을 쓰며 희망을 생각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사회적 희망이 필요한 시대는 끝났는지 모른다.혼자 틀어박혀 있는 사람은 오늘도 거짓 희망을 거부하고 있다''

윤승아 기자 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