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그래픽디자인 대회' 24일 개막] (인터뷰) 안상수 <위원장>

안상수

"이번 ''어울림'' 행사가 한국 디자인의 과거와 현재를 되돌아 볼 수 있는 ''거울'',한국이 세계 디자인을 들여다 볼 수 있는 ''창문'',전세계 그래픽 디자이너들이 한데 어우러지는 ''마당''이 되었으면 합니다" 2000 세계그래픽디자인대회 집행위원장으로 행사를 준비해 온 안상수(48) 홍대 교수(이코그라다 부회장)가 이번 대회에 거는 기대는 크다.

안 교수는 "새천년을 맞아 특별히 서울에서 열리는 이번 이코그라다 밀레니엄 회의의 상징어가 ''어울림(Oullim)''이라는 데 주목해 달라"고 강조한다.

어울림은 18세기 산업혁명 이후의 디자인 철학을 반성하고 새천년을 이끌어 갈 수 있는 디자인 패러다임을 나타내는 키워드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안 교수는 "어울림과 비슷한 개념으로는 서양철학에 등장하는 "하모니(harmony)"나 동양철학의 "화"를 생각해 볼 수 있다"며 "하지만 "하모니"나 "화"는 미래지향적인 느낌보다는 근대 이전의 미학적 질서,즉 과거로 돌아가고자 하는 의미가 내포돼 있다"고 말했다.

21세기를 주도할 새로운 디자인 패러다임을 담아낼 수 있는 상징어로는 적절치 않다는 말이다.

그는 "순수 우리말인 어울림을 새천년의 화두로 제시함으로써 동서양인 모두에게 새로운 울림을 줄 수 있으리라 본다"며 "이번 행사에서 과거와 현재,동양과 서양,이곳과 저곳이라는 이분법적인 시각을 뛰어넘는 디자인 패러다임을 만들어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심포지엄 연사의 구성도 "어울림" 주제에 걸맞게 다양한 영역에서 활동하는 인사들을 초청했다.

디자이너는 물론 영화.음악 감독,브랜드 마케팅 전문가,게임 기획자,동양철학자 등 다양한 영역의 국내외 전문가들이 연사로 참여해 자신들의 이데올로기를 펼칠 예정이다.

특히 이번 2000 세계 그래픽디자인 대회에선 "이코그라다 그래픽 디자인 교육선언"을 하는 이벤트도 마련돼 있다. 그래픽 디자인 교육 선언은 지난 63년 이코그라다 발족 이후 처음 있는 행사다.

전세계 디자인 교육자들로 구성된 "교육선언 위원회"가 사이버 공간과 두 차례의 워크숍을 통해 1년여간 교환한 의견을 바탕으로 선언문을 만들었다.

한국어는 물론 영어 일어 중국어 스페인어 독일어 아랍어 스와힐리어 불어 등 15개 언어로 번역돼 행사 마지막날인 27일 발표할 계획이다.

안 교수는 "교육선언 이벤트는 21세기를 위한 디자인 교육의 새로운 이념을 제시하는 역사적인 시도"라고 말했다. 그는 "이번 2000 세계 그래픽디자인 대회는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디자인의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는 이벤트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방실 기자 smi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