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음을 깨는듯 청아한 목소리"..뮤지컬 명성황후 '김성기씨'

뮤지컬 "명성황후"에서 일본공사 미우라 역으로 스타덤에 오른 김성기(41)씨가 요즘 색다른 뮤지컬에 출연해 화제를 모으고 있다.

지난 13일부터 15일까지 경주문화엑스포 초청작으로 공연된 총체연극 "우루왕"이 그 작품.현대화된 창극이라고는 하지만 뮤지컬 배우로 캐스팅됐다는 점,실성한 우루왕의 해학미 넘치는 역할을 잘 소화해냈다는 점이 그의 새로운 가능성을 엿보게 한다. 김씨는 그동안 미우라나 드라큘라 같이 카리스마가 있고 선이 굵은 역할을 주로 해왔다.

그래서 김성기 하면 "뭔가 강한 인입력을 갖는 배우"라는 평가가 많지만 연기가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나 하는 걱정어린 시선도 있었다.

김씨는 그러나 "나도 부드럽고 재미있는 성격의 소유자"라고 항변한다. "조연을 많이 하고 마당놀이 같이 다양한 연기경험을 쌓았던 것이 도움이 됐던 것 같아요. 목소리가 좋아 주연만 하다 연기폭을 넓히지 못한 배우에 비해 나는 행복한 경험을 했던 거죠.아직 무용실력을 선보이지 못해 아쉬운 구석이 있기는 해요. 명성황후 공연때도 칼들고 몇동작 하겠다고 했지만 스타일 구긴다고 해서 꼬리를 내렸죠"

김씨는 "얼음을 깨뜨리는 듯한 청아한 목소리"(명성황후 뉴욕공연에 대한 AP통신 리뷰)를 가진 하이바리톤으로 인기를 얻고 있다.

뮤지컬 "드라큘라"에서는 자신의 장기인 미성을 잘 살려 로맨틱한 분위기를 한껏 자아냈다. 그런 그가 예전에 결핵환자였다면 쉽게 믿어질까.

그의 학창시절(경희대 성악과 출신)은 아르바이트 기억으로 가득하다.

생계가 어려워 음악다방 DJ 등으로 등록금을 벌어야 했다. 그러던 중 제주도에 밀감수확하는 아르바이트를 갔는데 여기서 결핵에 걸린 것이다.

"이제 다른 길을 찾아봐야 겠구나 생각했어요. 성악으로 성공하는 꿈을 접어야 했죠.그런데 하늘이 도운 걸까요. 다행히 몸이 나아지기 시작했습니다. 이때쯤 서울시립가무단 출신의 "귀인"이 제게 나타났어요. 뮤지컬 배우를 권유했고 시립가무단의 오디션을 보게 된거죠"

그는 1987년 서울시립가무단(현 서울시뮤지컬단)에서 뮤지컬 배우를 시작했다.

이후 서울예술단 등에서 활동하다 96년부터 프리랜서로 뛰고 있다.

이때 마당놀이 악극 등으로 여러 경험을 쌓았다고 한다.

97년부터 극단 에이콤 식구들과 함께 만든 명성황후가 그의 인생을 뒤바꿔놓는 계기가 된 것이다.

"오는 12월 15일부터 3일동안 국립극장에서 우루왕을 다시 공연하고 이어 명성황후 무대에 섭니다. 내년에는 극단 에이콤에서 제작하는 뮤지컬 "몽유도원도"에 백제 개로왕으로 출연할 계획입니다"

그는 공연이 없을땐 뉴욕 브로드웨이를 찾는다고 한다. "배우층이 두텁고 배우 한사람 한사람이 터질듯한 에너지를 갖고 있어 많은 감명을 받습니다. 제가 앞으로 어떤 배우가 되어야 할지 방향타가 되고 있죠"

장규호 기자 sein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