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춘의 국제금융읽기] '국제자본이동과 자본유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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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국제금융시장의 자금흐름에 이상징후가 감지되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점은 유럽과 아시아에 유입됐던 자금이 이탈해 미국으로 들어가는 현상이다. 지난주 유로화 가치는 출범 이후 최저치로 떨어졌다.
외국인투자가들이 주도하고 있는 아시아 증시가 침체국면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유럽에서는 유로화가치 안정 조치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져 가고,아시아 지역에서는 자금이탈과 유동성 위기에 대한 우려가 재연되고 있다. 우리 나라의 경우 금년 들어 8월까지 1백19억7천만달러가 순유입됐던 외국인주식투자자금이 지난달부터는 유출로 반전되고 있다.
물론 규모면에서는 9월 9억3천만달러,이달들어 16일까지 1억8천만달러로 보기에 따라선 우려할 만한 수준은 아니라고 할 수 있다.
정책당국의 반응도 이와 비슷하다. 최근 자금유출 현상은 대만 싱가포르 태국과 같은 아시아 국가에서 일제히 나타나고 있다.
특히 우리의 경우 국제유가 상승,포드사의 대우차 인수포기와 같은 특수요인 때문에 외국인자금이 이탈되는 "일시적인 현상"이라는 입장이다.
그렇다면 정책당국이 낙관해도 좋을 만큼 자금이탈 현상이 문제가 되지 않는 것일까. 최근의 국제간 자금흐름은 글로벌.기금투자가 주도하고 있다.
이 자금들은 단순히 금융수익을 노린 투기성이 강한데 자신을 믿고 투자한 고객과의 신뢰를 생명처럼 여기고 있다.
최근 들어 세계증시가 조정국면을 보임에 따라 이들 기금들이 많은 손실을 보고 있다.
이럴 때 국제금융시장에서는 투자 원금을 보전하라는 "최후의 통첩(margin call)"이 떨어진다.
기금운영자들은 이 요구에 반드시 응해야 하기 때문에 미국 이외의 여타 지역에 투자한 자금을 회수하는 것이 관례다.
우리 경제여건은 어떤가.
현 시점에서 외국인자금을 묶어둘 만한 특별한 유인이 없어 보인다.
외국인들이 우리와 같은 개도국에 투자할 때 환차익과 주가시세차익간의 선순환 고리를 겨냥한다.
물론 이 고리는 투자대상국의 통화가치가 저평가돼 있어야 가능하다.
실질실효환율을 기준으로 최근 원화 가치는 고평가돼 있는 상태다.
조기경보지수로 보더라도 외환위기 이후 외자이탈 가능성이 가장 높다.
경제여건면에서도 올해 9%에 근접할 것으로 보이는 성장률이 내년에는 5%대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대내외 금리차도 없는 데다 채권시장도 마비돼 있다.
결국 지금까지 이탈된 외자"규모"가 우려할 만한 수준이 아니더라도,외자가 이탈될 수 있는 여건은 충분히 성숙돼 있는 상태다.
만약 이럴 때 무디스,스탠다드&푸어스(S&P)와 같은 국제신용평가기관들이 국가신용등급을 하향 조정할 경우,외자이탈 규모는 의외로 커질 수 있다.
따라서 정책당국은 이럴 때 일수록 시장을 철저히 모니터링해야 한다.
제도적으로도 지금까지 강구해온 장치의 실효성을 점검해 보아야 한다.
특히 내년 1월 2단계 외환거래 자유화 계획을 목전에 두고 있는 점을 감안,국내자금이 외자이탈과 상승작용을 일으켜 유출될 최악의 시나리오에 대비한 보완책도 시급하다.
유념해야 할 것은 최근에 정책당국자가 취하는 입장이 국민들의 눈에는 "fundamentals"로 비칠 수도 있다. 문제는 97년 3월 태국의 바트화 폭락을 계기로 시작된 외자이탈에 대한 우려 목소리를,당시 정책당국자가 우리 경제의 건전성을 들어 무시한 것이 결국은 지금까지 우리가 엄청난 고통과 비용을 치르는 위기의 직접적인 원인이 되지 않았는가 하는 점이다.
한상춘 전문위원 schan@hankyung.com
가장 눈에 띄는 점은 유럽과 아시아에 유입됐던 자금이 이탈해 미국으로 들어가는 현상이다. 지난주 유로화 가치는 출범 이후 최저치로 떨어졌다.
외국인투자가들이 주도하고 있는 아시아 증시가 침체국면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유럽에서는 유로화가치 안정 조치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져 가고,아시아 지역에서는 자금이탈과 유동성 위기에 대한 우려가 재연되고 있다. 우리 나라의 경우 금년 들어 8월까지 1백19억7천만달러가 순유입됐던 외국인주식투자자금이 지난달부터는 유출로 반전되고 있다.
물론 규모면에서는 9월 9억3천만달러,이달들어 16일까지 1억8천만달러로 보기에 따라선 우려할 만한 수준은 아니라고 할 수 있다.
정책당국의 반응도 이와 비슷하다. 최근 자금유출 현상은 대만 싱가포르 태국과 같은 아시아 국가에서 일제히 나타나고 있다.
특히 우리의 경우 국제유가 상승,포드사의 대우차 인수포기와 같은 특수요인 때문에 외국인자금이 이탈되는 "일시적인 현상"이라는 입장이다.
그렇다면 정책당국이 낙관해도 좋을 만큼 자금이탈 현상이 문제가 되지 않는 것일까. 최근의 국제간 자금흐름은 글로벌.기금투자가 주도하고 있다.
이 자금들은 단순히 금융수익을 노린 투기성이 강한데 자신을 믿고 투자한 고객과의 신뢰를 생명처럼 여기고 있다.
최근 들어 세계증시가 조정국면을 보임에 따라 이들 기금들이 많은 손실을 보고 있다.
이럴 때 국제금융시장에서는 투자 원금을 보전하라는 "최후의 통첩(margin call)"이 떨어진다.
기금운영자들은 이 요구에 반드시 응해야 하기 때문에 미국 이외의 여타 지역에 투자한 자금을 회수하는 것이 관례다.
우리 경제여건은 어떤가.
현 시점에서 외국인자금을 묶어둘 만한 특별한 유인이 없어 보인다.
외국인들이 우리와 같은 개도국에 투자할 때 환차익과 주가시세차익간의 선순환 고리를 겨냥한다.
물론 이 고리는 투자대상국의 통화가치가 저평가돼 있어야 가능하다.
실질실효환율을 기준으로 최근 원화 가치는 고평가돼 있는 상태다.
조기경보지수로 보더라도 외환위기 이후 외자이탈 가능성이 가장 높다.
경제여건면에서도 올해 9%에 근접할 것으로 보이는 성장률이 내년에는 5%대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대내외 금리차도 없는 데다 채권시장도 마비돼 있다.
결국 지금까지 이탈된 외자"규모"가 우려할 만한 수준이 아니더라도,외자가 이탈될 수 있는 여건은 충분히 성숙돼 있는 상태다.
만약 이럴 때 무디스,스탠다드&푸어스(S&P)와 같은 국제신용평가기관들이 국가신용등급을 하향 조정할 경우,외자이탈 규모는 의외로 커질 수 있다.
따라서 정책당국은 이럴 때 일수록 시장을 철저히 모니터링해야 한다.
제도적으로도 지금까지 강구해온 장치의 실효성을 점검해 보아야 한다.
특히 내년 1월 2단계 외환거래 자유화 계획을 목전에 두고 있는 점을 감안,국내자금이 외자이탈과 상승작용을 일으켜 유출될 최악의 시나리오에 대비한 보완책도 시급하다.
유념해야 할 것은 최근에 정책당국자가 취하는 입장이 국민들의 눈에는 "fundamentals"로 비칠 수도 있다. 문제는 97년 3월 태국의 바트화 폭락을 계기로 시작된 외자이탈에 대한 우려 목소리를,당시 정책당국자가 우리 경제의 건전성을 들어 무시한 것이 결국은 지금까지 우리가 엄청난 고통과 비용을 치르는 위기의 직접적인 원인이 되지 않았는가 하는 점이다.
한상춘 전문위원 sc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