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감시대] (200) 제2부 : IMF시대 <5> 증오심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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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홍상화
백인홍은 무대를 뒤로 하고 로비로 나왔다.그는 로비의 의자에 앉아서 명함을 꺼내 그 뒷면에 몇 자 적기 시작했다.
''명희씨에게,명희씨가 불멸의 스타로 탄생하는 순간을 오늘 저녁 나도 같이하였소.아마 이것은 내 평생 동안 잊지 못할 소중한 경험일 것이오.가슴속 깊숙이 남몰래 간직하면서 부끄럼 없는 삶을 살아가겠소.오늘 명희씨의 스타탄생을 목격하니 감회가 새롭소.부디 예술가로서 대성하기를 바라며….오늘 명희씨를 만나자고 한 이유는 별것 아니었소.그냥 없었던 일로 해요''
백인홍은 김명희의 스타탄생을 목격하면서 김명희가 이정숙의 살인 용의자로 의심받아 상처를 입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기우임을 알았다.진성호를 포함해 이제 어떤 자도,어떤 잘못된 의혹도 초월하는 위치에 예술가 김명희가 이제는 당당하게 자리잡고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었다.
백인홍은 극장문 안쪽에 있는 서너 명의 극단직원 중 한 사람에게 명함을 주며 김명희에게 전해주라고 부탁했다.
백인홍은 차 뒷좌석에 올라타자마자 옆좌석에 놓인 공기총을 집어들었다.차가 움직이자 마치 자신의 미래를 지켜줄 자식을 다루듯 천천히 공기총을 조심스럽게 어루만졌다.
오늘 저녁도 공장에서 자면서 홀로 오로지 공기총에 의지하여 공장의 재산을 지킬 각오를 했다.
그는 자부심에 가슴이 뿌듯해왔다.그러나 그런 기분은 잠시일뿐 이제는 자신보다 약한 위치에 있는 노동자들과 대적해야 할 입장에 놓인 격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생전 처음으로 자신이 비굴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한 대적이 소위 기득권자들의 수호자 역할을 하는 꼴이라는 생각이 들자 특히 자신이 더욱 한심해졌다.
과거에 어떤 사장족들을 혐오했는가?
그는 자신에게 물었다.
돈만 듬뿍 집어주면 미성년들을 건드려도 죄의식을 느끼지 않는 자들,성욕을 유지하기 위해 살아 있는 곰의 몸에서 기꺼이 피를 빨아 마시고 곰발바닥을 혓바닥으로 핥아먹는 자들,다른 가족들보다 사치스러운 생활을 하는 자신의 가족들을 보고 흐뭇한 기분을 갖는 자들,강한 자 앞에서는 기도 못 펴면서 약한 자를 짓누르는 자들….
하지만 노조에서 게시판에 내붙인 유인물 내용의 한 부분은 결코 용서할 수 없는 성질이었다.
''나이 어린 여성 근로자의 안위를 위태롭게 하므로 자신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내용이 바로 그 부분이었다.
사실도 아닌 그런 말을 유포하는 자는 노동자뿐 아니라 그 누구도 용서할 수 없었다.
백인홍은 잠시 한갓 소문에 불과한 사건을 가지고 노조원들을 부추기는 자들의 정확한 병명이 무엇인지 생각해보았다.
증오심…그렇다,증오심이 그들의 영혼을 좀먹고 있다.무엇이 그들에게 증오심을 주었나? 어릴 때 사랑받지 못하고 자라서? 미움만을 배웠기 때문에? 그건 아닌 것 같았다.
그럼 이데올로기 때문에? 지배층을 향한 증오심을 가르치는 것이 이데올로기가 아닐까? 대머리인 작달막한 레닌이라는 자가 인류에게 가르친 것은 결국 증오심이 아니었나? 그리고 그러한 증오심은 온 세계를 휩쓸며 아까운 청춘을 앗아갔고 셀 수도 없이 수많은 어머니의 가슴에 치유할 수 없는 상처를 남기지 않았나! 백인홍은 고개를 끄덕였다.
백인홍은 무대를 뒤로 하고 로비로 나왔다.그는 로비의 의자에 앉아서 명함을 꺼내 그 뒷면에 몇 자 적기 시작했다.
''명희씨에게,명희씨가 불멸의 스타로 탄생하는 순간을 오늘 저녁 나도 같이하였소.아마 이것은 내 평생 동안 잊지 못할 소중한 경험일 것이오.가슴속 깊숙이 남몰래 간직하면서 부끄럼 없는 삶을 살아가겠소.오늘 명희씨의 스타탄생을 목격하니 감회가 새롭소.부디 예술가로서 대성하기를 바라며….오늘 명희씨를 만나자고 한 이유는 별것 아니었소.그냥 없었던 일로 해요''
백인홍은 김명희의 스타탄생을 목격하면서 김명희가 이정숙의 살인 용의자로 의심받아 상처를 입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기우임을 알았다.진성호를 포함해 이제 어떤 자도,어떤 잘못된 의혹도 초월하는 위치에 예술가 김명희가 이제는 당당하게 자리잡고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었다.
백인홍은 극장문 안쪽에 있는 서너 명의 극단직원 중 한 사람에게 명함을 주며 김명희에게 전해주라고 부탁했다.
백인홍은 차 뒷좌석에 올라타자마자 옆좌석에 놓인 공기총을 집어들었다.차가 움직이자 마치 자신의 미래를 지켜줄 자식을 다루듯 천천히 공기총을 조심스럽게 어루만졌다.
오늘 저녁도 공장에서 자면서 홀로 오로지 공기총에 의지하여 공장의 재산을 지킬 각오를 했다.
그는 자부심에 가슴이 뿌듯해왔다.그러나 그런 기분은 잠시일뿐 이제는 자신보다 약한 위치에 있는 노동자들과 대적해야 할 입장에 놓인 격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생전 처음으로 자신이 비굴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한 대적이 소위 기득권자들의 수호자 역할을 하는 꼴이라는 생각이 들자 특히 자신이 더욱 한심해졌다.
과거에 어떤 사장족들을 혐오했는가?
그는 자신에게 물었다.
돈만 듬뿍 집어주면 미성년들을 건드려도 죄의식을 느끼지 않는 자들,성욕을 유지하기 위해 살아 있는 곰의 몸에서 기꺼이 피를 빨아 마시고 곰발바닥을 혓바닥으로 핥아먹는 자들,다른 가족들보다 사치스러운 생활을 하는 자신의 가족들을 보고 흐뭇한 기분을 갖는 자들,강한 자 앞에서는 기도 못 펴면서 약한 자를 짓누르는 자들….
하지만 노조에서 게시판에 내붙인 유인물 내용의 한 부분은 결코 용서할 수 없는 성질이었다.
''나이 어린 여성 근로자의 안위를 위태롭게 하므로 자신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내용이 바로 그 부분이었다.
사실도 아닌 그런 말을 유포하는 자는 노동자뿐 아니라 그 누구도 용서할 수 없었다.
백인홍은 잠시 한갓 소문에 불과한 사건을 가지고 노조원들을 부추기는 자들의 정확한 병명이 무엇인지 생각해보았다.
증오심…그렇다,증오심이 그들의 영혼을 좀먹고 있다.무엇이 그들에게 증오심을 주었나? 어릴 때 사랑받지 못하고 자라서? 미움만을 배웠기 때문에? 그건 아닌 것 같았다.
그럼 이데올로기 때문에? 지배층을 향한 증오심을 가르치는 것이 이데올로기가 아닐까? 대머리인 작달막한 레닌이라는 자가 인류에게 가르친 것은 결국 증오심이 아니었나? 그리고 그러한 증오심은 온 세계를 휩쓸며 아까운 청춘을 앗아갔고 셀 수도 없이 수많은 어머니의 가슴에 치유할 수 없는 상처를 남기지 않았나! 백인홍은 고개를 끄덕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