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칼럼] 우리 사회의 합리지수 .. 김진애 <건축가>

김진애

우리 사회가 과감히 버려야 할 것들. 자기 이익만을 위한 정치성,과잉 감정,사적인 자존심 싸움,밤새기,초읽기,코너에 몰려 결정하기,극적 타결,앞 뒤 안 가리는"무대뽀"결단,테이프 커팅만을 위한 준비,치적주의 한탕주의 대박주의 충격주의 구호주의 선정주의 선심주의 이상주의 무차별평등주의 "무리"주의 거친공적매너 비방 폄하 무시 욕설 무지를 두려워하지 않는 무식함,졸부와 "졸권력자"의 허영 과시 어리광 왕자병...

우리 사회가 과감히 채워야 할 것들.

합리성 이성 실리주의 현실주의 현장성 토론력 협상력 설득력 주고받는정치력 자료에 충실하기 기본통계쌓기 비용과 효과 따지기,누가 지불할 것인가 명확히 하기,시간 아끼기,과정의 평등,결과의 차등,승복 격려 칭찬 존중 생산적 비판,공적 예의,친구와 적을 넘나들기,외교력,냉철한 상황 판단,치밀한 준비성과 꾸준한 관리,수준에 맞는 분수 지키기,더 큰 분수 키우기... 요즘 뉴스를 보면서 떠오르는 단어들이다.

그리 문제되지 않을 듯한 사안들이 눈덩이처럼 커지는 것,집에서 또는 친구들 술자리에서 들어도 낯뜨거울 말들이 대문짝 만하게 신문에 나오는 것,현안과 관련없고 대세 지장없는 사소한 싸움에 에너지를 소모하는 것,혼자만 정의로운 양 다른 사람을 비난하는 것,머리를 맞대고 합리적으로 서로의 상황과 여건을 이해하면 풀릴 일인데도 치졸한 기싸움만 하고 있는 것.불쾌지수만 높아진다.

더 큰 구조적 문제들이 우리 사회에 엄연하다. 부정부패,돈과 권력의 유착과 같은 고질적인 문제다.

더 큰 사회적 주제도 엄연하다.

든든하고 유연한 경제력,실리적인 "통일화" 행보,구조조정과 사회인프라 개혁,산업기반 성장과 기술개발,우리 수준에 합당한 사회복지와 문화복지 같은 이슈다. 이런 구조적 문제,사회적 주제들은 단번에 해결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 꾸준하고 끈기 있게 추구해야 할 절대절명의 인프라다.

그런데 이렇게 하기에도 바빠 죽겠을 판에 온갖 "쁘띠(petit)게임"만 하고 있는 것을 보면 우리 사회는 "쁘띠 정치인" "쁘띠 부르주아" "쁘띠 경제인"의 세상인가.

하나의 패션스타일이 될지언정 사회로서나 사람으로서나 절대로 어느 수준 이상으로 자라지 못하는 것이 "쁘띠주의"다.

우리 사회는 유난히 "밤새기""초읽기""극적 타결"을 좋아한다.

내버려 둘대로 내버려두다가 코너에 몰리고 몰려야 소위 극적으로 타협하고 결정하고 실제 일할 시간을 제대로 투입하지 못하고 일을 볶아치는 식이다.

"얼렁뚱땅 설마설마 대충대충 허둥지둥"이 그래서 일어난다.

밤새기,초읽기로써는 일정수준을 뛰어넘는 일은 절대로 할 수 없다.

극적 드라마는 진짜 드라마 극에서나 연출할 수 있는 일이다.

우리 사회는 유난히 "충돌모델(conflict model)"이 성행한다.

이른 바 선진사회에서 자주 거론되는 사회운영모델이다.

그런데 선진사회는 그런 충돌들을 무난히 소화할 만큼 위가 크다.

하지만 우리의 위는 과연 그런 모든 충돌들을 소화해낼 만큼"위대"한가.

만성 소화불량은 건강에 치명적이다.

우리 사회는 유난히"정치화"한 사회다.

"의식화"는 절대적으로 필요하지만"집단행사""실력행사"로 행동화될 수밖에는 없나.

중앙정치 지방정치 언론정치 기업정치 단체정치 민원정치 등,우리의 경제력과 사회 관리력에 비해서 과부하 정치화는 아닌가.

과부하 스트레스는 생명을 깎는다.

우리 사회는 유난히 "감정적"이다.

인간의 감성은 축복이지만 사회가 감정적이라는 것은 문제다.

감정 대립에는 그 어떤 사람도 이길 수 없기 때문이다.

막무가내로 싫다고 하는데,감정싸움에 가족도 친구도 깨지는 판인데,어떻게 서로 모르는 사람들이 모여 사는 사회가 깨지지 않을 수 있는가.

부디 우리 사회의 "합리지수"를 키우자.경제지수 청렴지수 지능지수 감성지수 체력지수 이상으로 중요한 것이 합리지수다. 우리 사회는 이미 "복잡 사회"로 이행되었다.

누구나 합리적이지 않고서는 지탱하기 어려울 정도로 복잡 사회인 우리 사회,합리적 이성을 키워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