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집단소송제 시기상조"

정부가 추진중인 기업지배구조 개선안이 ''뜨거운 감자''로 부상하고 있다.

재계는 집중투표제 의무화와 집단소송제 도입을 골자로 한 기업지배구조 개선안이 시행될 경우 기업 경영에 막대한 부담을 줘 경쟁력을 약화시킬 것이라며 법 개정을 저지하는데 총력을 기울이고 나섰다.

진념 재정경제부 장관은 "기업의 부담 수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어떻게 할지 확정짓겠다"고 밝혀 고민중임을 드러냈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25일 정재계간담회 개최와 맞춰 "기업지배구조 개선방안의 제문제"라는 보고서를 내고 "현재 논의되고 있는 집중투표제와 집단소송제를 도입하는 것은 기업 경영활동과 자본시장을 위축시키는 시기 상조의 방안"이라며 반대입장을 분명히 했다.

전경련은 "집중투표제 의무화로 인해 이사회내 파벌조장 등의 폐해가 생길수 있다"며 "대부분 선진국들은 집중투표제 도입여부를 기업자율에 맡기고 있으며 집중투표제 의무화를 도입하는 기업도 임의규정으로 전환하는 추세"라고 주장했다.

또 집단소송제의 경우 기업및 회계법인의 무더기 도산을 초래할수 있는 제도로 소송남발에 따른 업무 마비 등 직접적 폐해와 함께 기업공개를 꺼리도록 만들어 자본시장 발달을 제약하는 부작용이 많다"고 지적했다.

전경련은 대표소송제의 경우 선진각국은 소송남발과 악의적 소송을 막기위해 원고의 자격을 제한하는 등 보완책을 두고 있으나 우리나라의 법개정 논의에선 소송자격이 되는 주주의 주식보유비율을 낮추는데만 초점을 두고 있다고 비판했다.

집중투표제는 복수의 이사를 선출할때 소액주주들이 자신이 원하는 이사 후보에게 표를 몰아줄수 있도록 한 제도다.

집단소송제는 기업들의 잘못된 경영으로 손해를 입은 주주가 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해 승소해 보상받을 경우 소송에 참여하지 않은 다른 주주들도 모두 보상을 받을수 있는 제도다.

주주대표소송은 주주가 회사를 대신해 이사에게 손해배상 책임을 물을 수 있도록 한 제도다.

모두 소액주주의 영향력을 강화시키기 위한 것이다.

전경련 관계자는 "그동안 감사위원회제 도입,사외이사 선임 의무화등 기업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많은 제도적 장치가 마련됐다"며 "이들 제도가 정착되기도 전에 지배구조 추가개선제도를 도입하려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주장했다.

김정호 자유기업원 부원장은 "주주대표소송을 제기할수 있는 주주요건을 완화할 경우 소송 남발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이경훈 변호사도 "집중투표제가 자칫 이사회를 다수파 주주와 소수파 주주간 이익을 대변하는 기관으로 변질될 가능성이 있다"며 "내부 갈등으로 이사회 기능이 마비될 경우 회사의 이익에 도움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시민단체인 참여연대는 경영투명성 제고를 위해선 집단소송제 도입과 집중투표제 의무화가 필요하다며 국회에 입법청원을 제출해놓은 상태다.

중앙대 서헌제 교수(법대)도 "대주주와 경영진의 독주를 견제하기 위해 집중투표제 도입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정부는 조만간 경제정책조정회의를 열어 기업지배구조 개선방안을 확정할 예정이나 이처럼 견해가 갈리자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중이다.

대체적으론 도입시기를 유보하는 쪽으로 무게중심이 기우는 분위기다.

강현철 기자 hc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