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건설 시작, 부실기업 퇴출 본격화

동아건설을 시작으로 부실 기업의 퇴출작업이 본격화됐다.

자체 능력으로 회사경영을 하지 못해 국가경제에 짐이 되고 있는 반쪽짜리 기업에 대한 청소가 시작된 것이다. 금융기관들은 동아건설에 이어 이번 주 안에 현대건설 등 1백90여개 부실판정 대상기업에 대한 신용위험평가협의회를 열고 "퇴짜"대상 업체를 추릴 예정이어서 2단계 기업구조조정은 가속화될 전망이다.

부실기업 퇴출 신호탄=동아건설의 퇴출방침은 "시장이 납득할 수 있는 기업부실판정작업"을 하겠다는 금융당국의 정책이 현실화된 첫 사례로 평가된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주말 각 은행의 부실기업판정담당 임원을 소집해 판정작업을 엄격히 할 것을 재차 주문했다. "동방금고 사건"으로 위신이 땅에 떨어진 상태에서 이번 부실기업판정작업마저 제대로 못해 시장 신뢰를 잃는다면 금감원의 존재 자체마저 위협받을 수 있다는 위기감에 사로잡힌 때문이다.

주채권은행이 강력하게 지원의사를 밝힌 현대건설 쌍용양회와 더불어 한때 회생가능성이 제기되기도 했던 동아건설이 결국 퇴출선고를 기다리는 신세가 되기까지는 이같은 요소가 크게 작용했다.

채권단 관계자는 "빅3라고 불리던 대기업이 모두 사는 것이 아니냐던 대마불사(대마불사)의 신화는 더이상 없다"며 "부실기업 퇴출 작업이 본격화되는 신호"라고 말했다. 은행 등 채권금융기관은 31일까지 부실기업을 추리기 위한 협의회를 잇따라 개최,다음달 3일께 퇴출기업을 일괄 발표할 예정이다.

금융계에서는 워크아웃기업과 법정관리 화의기업 등을 포함해 대략 30개 업체가 퇴출될 것으로 전망하고있다.

동아건설의 몰락=채권단이 신규자금 지원을 거부한데 따라 동아건설은 법정관리나 청산절차가 불가피하다. 일단 당장 자금압박이 예상된다.

동아건설이 31일 결제해야할 자금은 7백억원선으로 자체 해결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동아건설 관계자는 "채권단이 지원불가 판정을 내린 만큼 발주처에서 공사대금을 주지 않을 것이 뻔하다"며 "법정관리나 청산절차를 신청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동아건설의 몰락은 건설업 경기 하락과 채권단의 몸사리기가 만들어 낸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의 대표적인 실패사례"로도 남게 됐다.

동아건설은 지난 98년9월에 워크아웃 기업 1호로 선정됐다.

회생작업에 돌입한지 2년여만에 결국 퇴출의 길을 걷게되는 것이다.

동아건설이 몰락한 것은 건설경기가 계속 침체된데다 워크아웃이후 기업신뢰도도 악화돼 공사수주가 부진했던 점이 주 원인으로 꼽힌다.

동아건설 관계자는 "공사수주를 받으려면 은행추천서나 자금지원이 필요한데 금융기관들이 기피했다"고 그간의 어려웠던 사정을 설명했다.

또 부동산 시장 침체로 김포매립지를 당초 예상 금액 9천6백억원보다 3천2백억여원 싼 6천3백55억원에 매각하는 등 자구노력마저 제대로 추진하지 못했다.

대한통운이 지급보증선 7천억원의 해결문제를 놓고 채권단과 대한통운이 시일을 끌면서 적기에 해소하지 못했던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결국 동아건설은 내외부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서면서 비극적 종말을 맞게 됐다.

김준현 기자 kim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