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상민 칼럼] 경제상황에 대한 인식

스산한 아침이다.

동방금고 불법대출,리타워텍 주가조작,동아건설 퇴출결정 등이 이어지면서 주가는 500선이 위태롭다.재앙은 겹쳐온다(禍不單行)는 말이 있지만,꼭 그런 꼴이다.

대내외적으로 좋지못한 일만 줄을 서있는듯한 양상이기 때문이다.

미국의 장기호황도 끝나가는것 같고 유럽이나 동남아쪽도 좋지못한 상황이고 보면 대외여건도 내년에는 더 나빠질 공산이 짙다.경제가 어떻게 될지,정말 걱정을 떨쳐버리기 어려운 국면이다.

소비심리가 얼어붙고 있는 것도 조금도 이상할게 없다.

그러나 지나친 위축은 그것이 새로운 또하나의 악재로 작용하게 된다는 점 또한 분명히 인식할 필요가 있다.바로 그런 점에서 경제현실에 대한 냉정한 인식은 더욱 긴요하다고 할 수 있다.

얼마전에 만난 한 전문경영인은 지금과 IMF 직전은 경제현실에 대한 집단간 인식의 격차가 두드러진다는 측면에서 유사한 점이 있다고 말했다.

정부나 노동조합쪽에서는 기업인들과는 달리 경제에 대한 위기의식이 거의 전무하다는 주장이었다.듣기에 따라서는 정부의 노동조합정책에 대한 단순한 불평같기도 했지만,피부에 와닿는 얘기도 없지 않았다.

정부에서 경제에 대한 위기의식을 갖고있다면 근로시간단축을 지금 들고 나왔겠느냐,기업인과 정부 및 노동조합간 현실인식에 대한 괴리가 두드러지고 그래서 결국 시간만 보내다가 97년과 유사한 꼴이 빚어질 우려가 크다는게 그의 주장이었다.

경제가 어려우면 일을 더해서 풀어나가야 할텐데 일하는 시간을 줄이면서 어떻게 경제를 살리겠다는 얘기인지 납득하기 어렵다는 주장이기도 했다.

노사정위에서 합의한 주5일근무제는 당장 실시되는 것이 아닌 만큼 그것만으로 정부의 위기의식 결여를 단정짓는 것은 어쩌면 지나치다고 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의약분업과 관련된 의사들의 집단행동 이후 더욱 기승을 부리는 집단이기주의와 이에 대한 정부의 대처를 지켜보면,정부가 정말 상황을 지나치게 낙관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걱정스러운 측면 또한 없다고만 하기 어렵다.

부실기업정리 등 정부가 거듭 분명히 한 구조조정에 대해 의문을 갖게 되는 것도 그런 측면에서다.

부실기업정리 등 구조조정이 감원 등 고용조정을 수반하는 것이라고 보면 특히 그러하다.

IMF 직전의 강경식경제팀은 금감원설립 등을 내용으로 한 이른바 금융개혁법만 통과되면 한국금융기관에 대한 대외적인 신인도가 되살아날것으로 봤었다.

현실인식에서 오류가 있었던 셈이다.

현정부는 작년 호황의 의미를 지나치게 과대평가하는 ''착각''을 범하고 있는 것이 아닌지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

미국 등 선진국 경기호황에 힘입은 경기호전을 ''경제정책의 성공에 따른 IMF해결''로 과대포장,선전하다보니 정부 스스로도 자기최면에 걸린 것 아닌지….IMF 직후부터 열거돼온 금융및 기업, 그리고 공공부문개혁중 깔끔하게 매듭지어진 것이 무엇인지를 냉정히 따져보고 정부 스스로 생각하는 점이 있어야한다고 본다.

위기는 기회다.

정부의 경제운용에서는 특히 그러하다.

상황이 어려우면 고통의 분담을 떳떳하게 요구할 수 있고 그래서 위기를 넘기게 되면 그 자체로 경제가 한단계 발전하게 되기 때문이다.

IMF 아래서 김대중 후보가 대통령으로 선출된 것은 "참고 고통을 나누자"고 말했을 때 일반대중이 가장 거부감없이 받아들일 수 있는 경력의 소유자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었다고도 볼 수 있다.

그러나 김 대통령 정부의 경제운용은 그렇지 않았다고 본다.

어쩌면 98년 하반기부터 너무 빠르게 가시화된 경기회복이 현정부로부터 ''인기없는 고통분담정책''의 기회를 빼앗아갔었는지도 모른다.

경기호전으로 구조조정의 절박감이 줄어들면서 때이른 선심성 사회보장정책이 나오게 됐다고 볼 수 있다.

내년 경제는 정부의 경제현실에 대한 인식에 달렸다.

경제논리에 따라 목표를 분명히하고 인기에 연연하지 않는 정책을 밀고 나간다면,위기는 분명히 기회일 수 있다.부실기업정리나 집단이기주의에 대한 대처나 모두 하나같이 분명한 원칙을 갖고 단호히 밀고 나가야할 성질의 것이고,그런 과제만 해결되면 경제는 풀린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