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래찬 前국장 자살] '진실' 묻히나 .. '검찰/금감원등 당혹'

자살한 장래찬씨는 유서에서 주식매입 경위와 자금의 흐름을 소상하게 밝혔지만 여전히 많은 비밀을 간직하고 떠났다.

이에따라 로비의혹에 대한 검찰의 수사는 당초 예상하지 못했던 어려움을 겪게 됐다. 떠날 때의 착잡한 심경을 전하듯 여관방에는 먹다 남은 소주병이 남아 있었다.

발견현장과 행적=장씨는 지난달 23일 집을 나갈 때와 같은 회색 긴 남방과 감색 양복바지를 입고 있었다.

여관 종업원 신모(30)씨는 "청소를 하기 위해 문을 두드렸으나 대답이 없어 문을 열고 들어가보니 와이셔츠 차림으로 화장실 수건걸이에 흰색 나일론 줄로 목을 맨채 쪼그리고 숨져 있었다"고 말했다. 객실 탁자에는 장씨가 남긴 유서와 금감원 신분증이 놓여 있었다.

소주 2병을 사와 한병은 5분의 4를 마셨고 나머지 한병은 그대로 방 바닥에 놓여 있어 마직막 심정이 착찹했음을 전해주었다.

객실 화장실내 욕조에서는 물에 젖은채 찢어진 대학노트 몇장이 함께 발견돼 유서를 쓰다가 다시 쓰기위해 버린 흔적이 남아 있었다. 장씨가 가지고 온 검은색 가방도 있었으며 그 안에는 금감원 다이어리와 달력이 들어있었다.

다이어리는 일부가 찢어져 있었다.

장씨의 형인 래형(63)씨는 기자들에게 "래찬이가 31일 검찰에 출두하겠다고 해 옷도 미리 준비했었다"며 애통해 했다. 검찰 수사영향=검찰은 이 사건의 핵심적인 인물이 자살해 상당히 당혹해하고 있다.

그러나 유서에서 자세하게 주식투자 경위를 설명해 상당부분은 의문이 해소됐다고 보고있다.

검찰은 또 투자이익을 챙겼다는 이모여인을 조사하면 장씨 유서내용의 진실이 밝혀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러나 대신금고와 동방금고의 불법대출 사실을 적발한 뒤 징계수위를 낮춘 배경 등은 유서에 언급되지 않아 앞으로 수사에 어려움이 예상된다.

특히 처리과정에서 금감원의 윗선에 대한 로비가 있었는 지를 파악하는 게 사실상 곤란하게 됐다.

금감원 표정=금융감독원 직원들은 장씨의 자살 소식이 알려지자 비통해하면서도 공인으로서 의혹을 밝혀야할 책임을 다하지 못한 점을 아쉬워했다.

일부 직원들은 "그나마 유서에서 주식투자 경위를 밝혀 일부 의혹은 벚을 수 있게 됐다"며 애석해 하기도 했다. 그러나 또다른 한 직원은 "그가 스스로 생을 마감함으로써 사건의 실체가 미궁에 빠지게 됐고 이로인한 부담은 결국 금감원이 고스란히 떠안게 됐다"는 반응을 보였다.

김문권 기자 m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