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유업계 정보화 'QR' 갑옷 입는다..소비자위주 시장변화 발빠른 대응

"섬유업계의 생존전략 역시 정보화에 달려있다"

60년대 초반부터 수출의 큰 몫을 담당하며 경제발전에 밑거름이 돼왔던 섬유업계에 정보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 관리체제 이후 소비심리 위축에 따른 내수생산의 감소 및 생산.유통체계의 비과학화,과다물류비용으로 인해 국내 섬유업계의 어려움은 가중돼왔다.

이에따라 국내 섬유업체들은 생산자 주도의 대량생산 시스템에서 수요를 창출하는 방식에서 정확한 수요예측에 근거하는 기획생산체제로 전환해야 할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다.

이런 현실에서 한국섬유산업연합회가 야심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QR(Quick Response:신속반응생산)에 많은 국내섬유업체들이 관심을 보이고 있다. QR은 소비자 위주의 시장환경에 신속히 대응하기 위해 생산에서 유통까지 표준화된 전자거래체제를 구축하고 기업간의 정보공유를 통한 생산유통시간 단축,재고감축 등을 실현하는 섬유산업 정보화의 종합판이다.

섬유업체들은 QR의 도입을 통해 유통상에서 발생하는 단계별 불필요한 요소를 제거함으로써 제품원가를 절감할 수 있고 기업간 정보공유를 바탕으로 소비동향을 분석,고객의 요구를 신속히 반영해 재고를 줄일 수 있다.

또 기업이 필요로 하는 각종정보를 공유함으로써 내수시장의 활성화를 꾀할 수 있고 밖으로는 외국기업에 대항하는 경쟁력을 키울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섬산련의 장석환 부회장은 "향후 섬유산업의 경쟁력은 누가 얼마나 빨리 적절한 가격에 소비자가 필요로하는 제품을 공급하느냐에 달려있다"고 말했다.

어디까지 왔나=98년부터 시작된 QR구축사업은 총 5개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추진될 계획이다.

지난 8월 3차년도 사업에 들어간 섬산련은 1,2차년도 사업결과에 대해 QR기반환경 80% 구축이라는 성과를 이뤘다고 밝혔다. 이 기간에는 QR기반구축을 위한 표준제정(KAN코드,전자문서교환) 및 각종 소프트웨어.DB 개발과 시스템센터(QRSC)기능 구축 등 QR사업을 위한 인프라 구축에 집중했다.

3차년도에는 공급망 업체간 QR시범사업 추진 및 QR성공사례를 도출하고 4,5차년도에는 전자상거래 접목을 통한 사업확대로 인터넷을 기반으로 한 섬유전용 QR네트웍 구축을 궁극적인 목표로 삼고 있다.

선진국 사례= 미국은 지난 1985년부터 순수민간차원으로 QR작업에 착수해 10년간 운용한 결과 의류제품의 생산.유통에 소요되는 시간을 과거 55주에서 11주로 단축해 미국이 세계 4위의 섬유수출국으로 부상하는데 결정적인 공헌을 했다.

섬유산업의 위기를 느낀 일본도 지난 93년부터 일본섬유산업에 맞는 QR시스템 구축에 적극 나서고 있다.

93년부터 QR을 위한 표준화와 기반정비사업을 추진하고 4백13개의 섬유업체가 참여,현재는 부분적으로 실행단계에 접어들고 있는 상태다.

전망=QR도입이 완료되면 소비자의 수요분석에 의한 시장변화에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게된다.

따라서 섬유제품의 수요공급 균형을 이룰 수 있게돼 의류제품 유통체계의 개선을 기대할 수 있다.

적정수요량 예측에 의한 생산으로 재고가 25%이상 감소되고 기업간 정보공유 체제 구축 및 고객위주의 마케팅 전략 개발 능력의 향상도 도모할 수 있다.

이와함께 정보의 온라인 교환은 원사생산에서 매장까지의 대기시간을 현 66주에서 22주까지 단축할 것으로 예상되며 이를 위한 상품기획에서 생산.판매까지의 소요시간을 40%절감시킬 것으로 기대된다. 섬산련은 현재 동시다발적으로 생겨나는 섬유관련 B2B운영 업체들과 관련,현재 추진중인 QR사업과 B2B사업을 효율적으로 접목시켜 전자상거래를 성공적으로 정착.확산시킬 계획이다.

이정호 기자 dolp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