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두현 기자의 '책마을 편지'] 세기의 문인들, 최고는 누굴까

''문학을 만나는 순간 우리의 언어는 더 이상 비트의 다발이 아니다.

언어로 다시 태어난 인간의 영혼.우리가 문학을 그토록 그리워하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미국 웨슬리안대학에서 문학을 가르치는 대니얼 버트라는 교수가 있습니다.

7천여편의 역사소설을 다 읽고 ''다음에는 어떤 역사소설을 읽어야 할까?''라는 책을 낼 정도로 독서광이지요.

최근 국내에 소개된 ''호모 리테라리우스(Homo Litterarius)''(김지원 옮김,세종서적)도 그분의 저서입니다.제목은 문학하는 인간,즉 문인을 뜻하는 라틴어 조어(造語)입니다.

이 책에는 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한 문학가 1백명의 얘기가 담겨 있습니다.

저자는 이들을 인류의 신경망에 비유하고 있군요.평범한 사람들의 마음 밑바닥에 숨겨진 꿈과 환상을 끄집어내 불멸의 광채로 바꾼 상상력의 사제들이라는 의미입니다.

놀라운 것은 그가 이 위대한 문인들의 서열을 매겼다는 겁니다.

동서고금의 세계문학에 통달하지 않고는 감히 시도할 수 없는 작업이지요.물론 주관적인 시각으로 매긴 순위이지만 객관성을 확보하기 위해 다양한 검증을 거치고 있습니다.

그의 선정기준은 새로움과 창조성입니다.

''훌륭한 예술가들은 자신이 선택한 장르 안에서 활동하고 위대한 예술가들은 그 장르를 변형시킨다''(바버라 하디)는 말과 통하는 원리죠.

셰익스피어가 맨 앞자리에 올라 있습니다.

시대를 초월하는 상상력의 폭과 깊이,생명력 넘치는 언어의 풍성함이 가장 큰 매력으로 꼽혔습니다.

사실 셰익스피어는 열여덟살에 농부의 딸과 결혼해 세 아이를 낳기까지 초창기 7년간은 별 활동이 없었지요.

그러다 20대 후반부터 ''헨리 6세''''리처드 3세''''로미오와 줄리엣''등 불후의 명작들을 쏟아내기 시작했습니다.

왕에서 광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인물 유형이 나오는 그의 작품은 21세기에도 세계적인 경영대학원들이 앞다퉈 교과서로 삼을만큼 생명력이 길지요.

작가끼리 서로를 평가한 대목 또한 눈길을 끕니다.

D.H.로렌스는 에드가 앨런 포를 두고 ''인간정신의 천장과 지하실과 무서운 지하통로를 찾아가는 탐험가''라고 평했습니다.

마크 트웨인이나 찰스 디킨스처럼 동화나 만화로 만났던 작가들을 새롭게 조명한 것도 재미있군요.

''허클베리핀의 모험''은 그냥 개구쟁이 소년 얘기가 아니라 미국 사회의 모순을 풍자적으로 고발하는 작품이기도 하지요.

아쉽지만 한국 작가는 한명도 없습니다.

일본과 중국 작가는 3명씩이나 들어 있는데 말입니다.

그 중에서도 ''겐지 이야기''의 무라사키 시키부라는 일본 여성작가는 12위에 올랐습니다.

11세기 궁중 여인이었던 그는 단지 여자라는 이유로 중국 고전을 배울 수 없었답니다.

그래서 그의 아버지는 ''네가 딸이 아니라 아들이었으면''하고 안타까워했고 자신도 그랬다지요.

하지만 그 덕분에 일본어를 가장 아름답고 독특하게 다듬을 수 있었다고 합니다.이 책을 계기로 가장 위대한 ''인간의 영혼''을 새롭게 발견하는 행운을 누려보세요.

고두현 기자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