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 미국의 선택] 양당 비난戰 .. '민주.공화 진영 대응'

대선결과가 갈수록 혼미해지는 가운데 9일 민주당의 앨 고어, 공화당의 조지 부시 후보는 각자 승리를 장담하며 상대방에 대한 비난의 수위를 높였다.

고어 진영은 당차원에서 플로리다주 팜비치 카운티에 대한 재선거 소송을 제기하겠다고 밝혔다.부시측도 박빙의 격차로 고어쪽에 넘어간 아이오와와 위스콘신주의 투표결과에 대해 재검표 요청을 검토중이라고 맞섰다.

시간이 갈수록 양 후보간 혈전의 강도가 높아지면서 대선결과를 한층 더 깊은 수렁으로 몰아넣고 있다.

◆ 고어 진영 =플로리다주의 팜비치 등 4개 카운티에 대한 수작업 재검표를 공식 요청했다.또 고어의 지지자들이 투표용지의 혼란 때문에 개혁당의 뷰캐넌 후보에게 잘못 기표했다고 주장하는 문제의 팜비치 카운티 문제에 대해서도 당차원의 법적 대응을 불사하겠다고 선언했다.

특히 민주당의 윌리엄 데일리 선거본부장은 선거본부가 있는 테네시주 내슈빌 대신 이번 대선에서 태풍의 눈으로 등장한 플로리다주로 직접 날아가 공식 성명서를 발표하는 등 이번 사건의 극적 효과를 노리는 제스처를 쓰기도 했다.

고어 진영의 자문변호사인 켄달 코피는 이날 "민주당의 플로리다주 지부는 팜비치, 데이드, 브로워드, 볼루시아 등 4개 카운티에 수작업 재검표를 요청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데일리 본부장도 "민주당은 플로리다 유권자들과 협조해 팜비치 카운티의 2만여 유권자들의 투표권을 수호하기 위해 법적 대응에 나설것을 선언한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민주당 독자적으로 소송을 제기하진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데일리 본부장은 이어 "유권자들의 의지가 제대로 반영된다면 플로리다의 승리와 미국의 대통령직은 고어에게 돌아갈 것"이라며 이례적으로 강한 자신감을 표현했다.민주당측은 또 팜비치 카운티의 투표용지와 관련, "두명의 후보를 동시에 찍어 무효처리된 투표지가 무려 1만9천장이었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투표용지가 유권자들의 선거권을 침해한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 부시 진영 =9일 "아이오와와 위스콘신 등 2개 경합주에 대한 재검표 요청을 검토중"이라고 밝혀 본격적인 반격에 나섰다.

고어는 11명의 선거인단이 걸린 위스콘신주에서는 6천1백24표차로, 7명의 선거인단이 배정된 아이오와주에서는 5천2백53표차로 각각 부시를 이겼다.

부시측은 고어측에 대한 비난의 수위도 한껏 높였다.

부시캠프의 돈 에반스 선거본부장은 이날 텍사스 오스틴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고어측에 대해 "민주주주의를 희생시키면서 이번 사태를 왜곡하고 정치화하고 있다"고 맹비난했다.

이어 고어측의 플로리다 팜비치 카운티 재선거 소송 움직임을 겨냥, "민주적 절차에 따르면 투표는 선거일에 하는 것이지, 한쪽편이 원하는 결과가 나올 때까지 계속 하는게 아니다"고 공격했다.

에반스 본부장은 문제의 팜비치카운티에 대해서도 "이 지역에 등록된 무소속및 개혁당 등 기타 개혁성향의 당소속 유권자는 1만6천6백95명에 달했다"고 밝힌 뒤 "이는 지난 96년 대선때보다 1백10%나 증가한 수치이며 인근 지역에 비해서도 이례적으로 높은 증가율"이라고 말했다.

개혁당 뷰캐넌 지지표가 많이 나온 것은 팜비치 카운티의 성향이 변했기 때문이지 투표용지의 혼란 탓만은 아니란 얘기다.

또 투표용지와 관련, "민주당 윌리엄 데일리 선거본부장의 출신지역인 일리노이주 쿡 카운티의 지방선거 투표용지도 똑같이 양쪽면으로 돼 있는데 왜 그건 문제삼지 않느냐"고 꼬집었다.그는 "워싱턴, 오리건, 캘리포니아주에서도 아직 수많은 부재자 투표가 개봉되지 않은 상태"라고 말해 고어가 승리한 것으로 잠정 집계된 이들 지역에서 부시가 판세를 뒤집을 수도 있음을 암시하기도 했다.

노혜령 기자 rh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