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코너] '憲政위기'에 선 미국

무대는 플로리다.

테이블위에는 대통령직이라는 어마어마한 고깃덩이가 올려져 있다. 수백표 사이로 그 주인이 왔다갔다 한다.

테네시주 내슈빌에 진을 친 앨 고어 민주당후보는 워런 크리스토퍼 전국무장관을 플로리다로 내려보냈다.

텍사스주 오스틴에 선거본부를 둔 조지 부시공화당후보도 짐 베이커 전국무장관을 내려보냈다. 이 두명의 전 국무장관들은 수백표 차이로 운명이 바뀌는 주군을 위해 대리전을 펼치고 있다.

플로리다에 배정된 선거인단은 25명. 누가 가져가더라도 백악관에 입성한다.

그런데 이 황금같은 25명의 주인이 일반유권자들의 1천7백84표의 차이로 바뀔뻔 했다. 표차가 너무 적어 재검표를 해보니 그 숫자가 더욱 줄어 3백27표밖에 안됐다.

이제 마지막 변수인 해외부재자표만 남아있다.

전쟁은 팜비치카운티라는 더욱 작은 전쟁터로 옮겨졌다. 이곳에서 쓰인 나비형 투표용지의 하자때문에 고어를 지지하는 팜비치의 유권자들이 실수로 개혁당의 팻 뷰캐넌을 찍게된 해프닝이 벌어졌다는 게 민주당의 주장이다.

뷰캐넌이 여기서 얻은 득표수는 3천4백7표. 인근 지역에서 그가 평균적으로 얻은 것보다 3천표가량 많다.

이 표만 고어에게 왔어도 전쟁은 이미 포성을 멈춘지 오래였다.

뷰캐넌도 이를 인정하고 고어를 지원하는 발언을 해 그렇지 않아도 뜨거운 전쟁에 기름을 붓고 있다.

민주당은 재투표를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그 투표용지를 디자인한 것은 민주당출신의 선관위대표고,양당이 승인한 것일뿐 아니라 선거가 시작되기전 누구도 이에 이의를 달지 않았다며 현재까지 진행된 개표는 유효하다는 것이 공화당의 입장이다.

더욱이 민주당의 윌리엄 데일리 선거본부장은 이 투표용지가 불법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자신의 텃밭인 일리노이주의 쿡카운티에서 이 용지를 사용했었다.

이번 전쟁은 누구도 양보할수 없는 전쟁이다.

해결의 실마리는 보이지 않고 시간이 흐를수록 꼬여만 가고 있다. 국부들이 나라를 세운지 2백여년만에 미국은 지금 심각한 헌정위기를 맞고 있다.

워싱턴=양봉진특파원 yangbongjin@hot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