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춘의 국제금융읽기] 클린턴 이후 미국경제와 한국경제

클린턴 이후 미국을 이끌어 갈 차기 대통령이 결정되지 못함에 따라 미국경제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지고 있다.

이미 국제금융시장에서는 미 달러화와 주식,국채 가격이 동시에 떨어지는 트리플 약세조짐이 일고 있다.현재 미국경제에 대한 시각은 신뢰정도에 따라 연착륙과 경착륙으로 구분된다.

만약 미국경제가 연착륙된다면 다행이지만 경착륙될 경우 세계경제는 침체의 늪으로 빠져들 가능성이 높다.

지난 10년간 장기호황으로 미국경제는 세계 전체소득(GDP)의 약 25%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한 나라의 경제가 연착륙되느냐 경착륙되느냐 여부는 두가지 기준에 의해 판명된다.

하나는 성장의 질이 얼마나 건전한가 하는 점이다.

다른 하나는 기존의 성장동인이 약화될 무렵 새로운 성장동인으로 신속하게 대처할 수 있는 정책운용능력이다.최근의 미국경제는 구경제에서 신경제를 지나 ''골디락스 경제''로 불려지고 있다.

다시 말해 실물경제와 금융시장,노동시장이 이상적인 조화를 이루면서 ''고성장·저물가·저실업 현상''이 나타남에 따라 성장의 질이 이보다 더 좋아질 수 없다고 평가할 만큼 건전하다.

정책운용능력도 사전에 경제현상을 읽고 대처하는 선제적(pre-emptive) 능력이 뛰어나다.지난 10년간 호황국면을 성장동인별로 나눌 때 제1기(91.3∼95.2)에는 위기의식을 바탕으로 연방정부와 민간기업 차원에서 이루어진 구조조정이 효과를 보면서 미국경제가 성장국면에 진입했다.

94년 하반기 이후 구조조정 효과가 약화될 무렵에 미국경제의 성장을 연장시킨 제2기(95.2∼98.8)의 동인은 ''강한 달러화 정책''이었다.

95년 초 로버트 루빈은 재무장관으로 취임하자 마자 강한 달러화정책을 추진함으로써 ''부(富)의 효과''(외자유입→주가상승→자산소득 증대→소비촉진→성장)를 통해 성장국면을 지속시킬 수 있었다.

강한 달러화 정책도 98년 8월 러시아 모라토리엄을 계기로 고평가된 달러화 가치가 시정돼야 한다는 요구가 거세지면서 더 이상 성장동인이 못됐다.

그 이후 최근까지 제3기의 미국경제 성장을 지속시킬 수 있었던 동인은 신경제 국면을 낳게 한 첨단기술업종이다.

최근 들어서는 첨단기술업종은 나스닥 주가가 빠지면서 더 이상 성장동인이 못될 것이라는 분위기가 팽배해지고 있다.

그렇다면 클린턴 이후 차기 정부에 미국경제를 이끌어갈 성장동인은 무엇인가.

여러 견해가 대두되고 있으나 기존의 구조조정,강한 달러화,첨단기술과 같은 동인이 복합된 시너지 효과에 의해 미국경제를 지탱해 나가는 제3의 성장섹터인 ''혼합경제(Fusion Economy)''가 될 것으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벌써부터 차기 정부에 강한 달러화와 자본시장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는 것도 이런 연유다.

우리 경제는 어떤가.

이번 경기회복은 98년 9월말 연준리의 세차례 금리인하 이후 3저(低)의 혜택이 강하다.

문제는 3저와 같은 대외환경변수는 스스로 통제할 수 없는 행태변수이기 때문에 성장의 질이 건전치 못하다는 점이다.

정책운용능력도 선제적 차원에서 나오는 정책은 찾아볼 수 없다.

일이 터지면 그때 허둥지둥 하루 이틀만에 과거의 정책을 뭉뚱그려 나오는 대증요법(對症療法)이 주가 되고 있다.

바로 이런 점이 우리 경제의 성장을 안정적으로 지탱하지 못하는 요인이다.현 시점에서 한번 생각해 봐야 할 문제는 우리 경제의 성장을 보장해 주지 못하는 정책을 자주 발표하면서 기자회견은 미국보다 요란하게 한다는 점이다.

전문위원 schan@hankyung.com (11월1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