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감시대] (215) 제2부 : IMF시대 <7> 대결 (1)

글 : 홍상화

황무석이 모는 차가 야음을 뚫고 자신의 경영책임하에 있는 대해실업 소유의 골프장 근처에 도착했다.그는 머리 왼쪽에 통증을 느꼈다.

머리 왼쪽을 왼손 주먹으로 때렸다.

그의 머릿속에서는 지난주 건강하던 친구가 갑자기 뇌졸중으로 쓰러져 반신불수가 된 일이 떠올랐다.자신의 왼쪽머리 통증도 경미한 뇌졸중 증세일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휩싸였다.

현재까지의 건강상태로 따진다면 별 걱정은 안해도 되겠지만,한 가지 마음에 걸리는 것이 있었다.

근래에 그러한 통증이 자주 있었고 통증의 도가 더해진다는 사실이었다.그는 그것이 기우라고 여기며 좀더 기분 좋은 생각을 하기로 했다.

따지고 보면 지금 자신의 인생에서 가장 좋은 시기를 맞이했음이 틀림없다고 황무석은 결론지었다.

대부분의 사업가는 IMF사태를 맞이해 기업이 존폐위기에 놓여 있어 전전긍긍하고 있고,샐러리맨은 실업자가 될지도 모른다는 우려에 시달리고 있으며,노동자는 회사가 파산하여 직장을 잃지나 않을까 전전긍긍하고 있는 실정이었다.그들과는 반대로 자신의 위치는 IMF사태로 더 좋아진 경우였다.

대해실업의 주가는 IMF사태 후 곤두박질을 했으나 그가 소유했던 대해실업의 주식은 전량 IMF사태 전에 매각한 상태였고,대해실업 주식을 팔아 마련한 현금을 다행히 실명제를 피하기 위해 달러로 환전해두었으므로 환율인상 덕에 가만히 앉아서 곱절 장사를 한 셈이었다.

그러니 이제는 더이상 욕심 낼 필요없이 자신의 여생 동안은 말할 것도 없고,자식들도 남 눈치 보거나 싫은 소리를 듣지 않으면서 평생 편안히 살 수 있는 재물을 마련한 셈이었다.

더구나 이정숙을 병실에서 질식시켜 죽인 자가 처음에 의심했던 최형식이 아니고 이미지일 확률이 거의 확실시되고 있는 이상,이정숙 교통사고 이후 그토록 오랫동안 그를 괴롭혀왔던 것이 자연스럽게 말끔히 해소된 것과 다름없었다.

만약 최형식이 이정숙을 죽였다면 최형식은 언제라도 황무석 자신을 단숨에 파멸시킬 수 있는 칼자루를 쥐고 있는 것과 같았지만 이제는 그렇지 않다.

황무석 자신이 돈과 말로 사주를 했으나 최형식은 근본적으로 살인을 할 수 없는 자였다.

지난번 이정숙 교통사고시 119구급대에 신고한 것만 보아도 그랬다.

그러나 이미지는 달랐다.

아이를 빼앗기지 않으려는 모정은 그녀를 변모시키고도 남을 이유가 되기 때문이다.

이미지가 이정숙을 살인했으리라는 믿음은 정말로 우연히 얻은 정보 덕택이었다.

그녀의 거처를 수소문한 과정에서 현재 골프장 직원으로 일하는 이미지 친구가 한 말이 단서가 되었다.

이미지가 지난주 여행을 떠나기 전 ''자기가 아기를 키울 수 없을 것 같으니 어머니 대신 꼭 키워달라''고 눈물 속에 애원했다는 것이었다.

이미지가 친구에게 그런 말을 남겼다는 사실과,또한 진성호에게도 거처를 알려주지 않고 자취를 감추었다는 사실과,이정숙이 살해되던 날 전날 밤 그와 이미지 사이에 나눈 대화내용으로 미루어 그녀가 살인했음이 짐작되었다.

황무석은 다시 흐뭇한 기분에 젖었다.마치 하늘이 자기를 돕듯 모든 일이 순조롭게 풀려갔기 때문이었다.

다만 비현실적인 이상에 잘못 빠진 아들 정태만 현실로 돌아온다면 걱정할 일이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