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중계권 경쟁 '자승자박' .. 美메이저리그 수십배 올라

국내 방송사간 출혈경쟁 등으로 해외스포츠 중계권료가 큰 폭으로 치솟아 방송사들의 재정압박 요인이 되고 있다.

지난 97년 30만달러였던 미 프로야구 중계권은 3년사이 천정부지로 치솟았다.중계권을 따낸 MBC가 내년부터 4년 동안 메이저리그를 중계하기 위해서는 대략 4백억∼5백억원 가량의 자금이 필요하다.

3천만달러 안팎의 중계권료와 10%의 부가가치세,위성사용료(게임당 약 1만달러),케이블SO(종합유선방송국)마케팅비용 등을 감안하면 당초 예상을 뛰어넘는 금액이다.

SBS 스포츠채널에서 미국의 스포츠전문 케이블방송인 ESPN의 프로그램을 받고 있는 SBS의 고민도 만만치 않다.내년에 스포츠채널을 개국하는 MBC가 ESPN의 국내방영권을 가져오겠다고 밝힘에 따라 중계권료 인상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6개월 단위로 국내방송사들과 계약을 맺는 ESPN측은 MBC의 스포츠채널 개국 움직임에 벌써부터 중계료를 인상할 기미를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재명 SBS 스포츠국 본부장은 "ESPN의 중계권이 이미 스포츠채널 전체 매출액의 20% 수준에 달하는 만큼 더 인상되면 재정에 상당한 짐이 될 것 같다"고 털어놨다.오는 2002년 월드컵 중계권료도 방송사들에는 작지 않은 부담이다.

방송3사가 공동보조를 맞추고 있는 중계권협상은 FIFA(국제축구연맹)의 방영권을 가진 ISL과 국내방송사의 현격한 가격차로 답보상태에 머물러 있다.

ISL측은 지난 98년의 중계권료 15억원보다 30∼40배 높은 가격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방송3사는 위성방송사업 지분참여(약 5백억원)와 디지털방송전환(비용 1조8천억원) 등 내년부터 대규모 자본을 투자해야 하는 대형사업들을 눈앞에 두고 있다.

따라서 스포츠중계권료가 최근 추세로 상승할 경우 심각한 재정압박을 받게 되는 것은 불 보듯 뻔하다.

방송사 관계자는 "방송사간 이해충돌로 스포츠중계권 협상에서 공동보조를 취하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며 "방송위원회나 특별 조정기구가 중간에 나서 불필요한 경쟁을 최소화하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형호 기자 chs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