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영덕 '강구항'] 흥겨운 豊漁歌...신명난 겨울바다

"어여럿차 어여럿차, 가자 가자, 빨리 털자, 차차차"

경북 영덕의 강구항.어부들이 멸치잡이 배 그물망에서 멸치를 털어내는 "풍어의 노래"를 흥겹게 부른다.

4~5명이 박자에 맞춰 그물을 아래 위로 털자 멸치들이 사방으로 튄다.

갈매기들이 구름떼처럼 몰려들어 먹이사냥에 여념이 없다.바로 옆 좌판에선 아주머니들이 활어회 대게 등을 떨이로 팔기 위해 관광객들의 소매를 붙잡는다.

"작은 대게 7마리에 2만원. 거저여 거저"

그 옆 아주머니는 한술 더 떠 활어회를 공짜나 다름없는 가격에 판다.멸치회 가자미회 한치회를 따로 담은 접시 3개에 1만원.

어른 7~8명이 실컷 배불리 먹을 수 있는 분량이다.

오후 늦은 시각, 강구항은 찬바람이 불어닥치건만 활기가 넘친다.오전에 나갔던 멸치잡이배 10여척이 들어오자 다들 분주히 움직인다.

그 다음날 새벽 5시 30분.

늦가을인데도 초겨울 날씨처럼 을씨년스럽다.

항구에 닿아보니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룬다.

대게 오징어 방어 참다랑어 등 각종 생선을 잡은 배들이 촘촘히 항구에 닿아 있다.

드디어 경매가 시작된다.

재미있는 구경거리다.

8kg은 족히 넘어보이는 방어 20여마리를 비롯한 활어들이 보기만 해도 싱싱하다.

방어 경매가는 7~8만원 정도 할거라도 한 경매인이 귀뜸한다.

경매 중개인은 그 많은 방어를 한 사람에게 판매한다.

이 곳에선 그것을 "아도친다"라고 표현하다.

한 배에 있는 생선을 경매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1분도 안걸린다.

그런데 강구항의 명물인 대게를 잡는 배가 보이지 않는다.

한 아주머니에게 물었더니 지나가는 투로 항구 반대편을 손가락질한다.

대개잡이배는 남쪽방향 항구에 닿는다는 뜻이다.

"한 3일 지나야 들어올 것"이라고만 말하고 총총히 사라진다.

그쪽 항구에 가보니 5~10t 규모의 소형 대게잡이 선박들이 정박해 있다.

대게는 고등어를 먹이로 사용하는 홍게잡이 통발이어선과 달리 그물로 잡는다.

강구항은 대게의 집산지다.

금어기(6~10월)가 지나 지난 1일부터 대게잡이가 시작됐다.

대게는 울진 강구 구룡포 등 경북이북 바닷가에서 주로 잡히지만 영덕대게를 최고로 친다.

대게는 대나무처럼 마디진 다리를 가져 "대(竹)게"라는 이름이 붙었다.

강구항에서 북쪽으로 15km 떨어진 축산 앞바다에서 잡히는 대게를 최고로 친다.

수심 2백~4백m의 맑고 바닥에 자갈이 있는 곳에서 잡는다.

남획탓에 대게를 잡으려면 몇년전부터 독도 부근의 대화퇴어장까지 나갔지만 지난해 발효된 한일어업협정으로 인해 이마저 수월치 않다고 한다.

이런 연유에다 금어기가 풀린지 며칠 안돼 강구항 횟집에는 러시아 북한산 수입대게가 자주 눈에 띈다.

선착장 이곳 저곳을 기웃거리다보니 어느새 날이 밝아온다.

강구항의 성수기가 다가왔는데도 이곳 어민들의 표정이 밝지 않다.

경기침체의 여파 때문이다.이찬우 강구애향청년회장은 "대구 부산지역 관광객들이 경기침체의 영향으로 강구항을 찾는 이들이 점차 줄어들고 있어 걱정"이라고 말한다.

영덕=이성구 기자 s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