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 미국의 선택] 부시에 '승리의 여신' 손짓..법원 판결 파장

혼미를 거듭하던 미국 대선 개표상황이 조지 부시 공화당 후보의 승리로 기울고 있다.

17일(현지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리온카운티 순회법원(1심)의 테리 루이스 판사가 수작업 재검표 결과를 인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판결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앨 고어 민주당 후보진영이 주 대법원에 상고할 예정이어서 여전히 불씨는 남아있다.

게다가 해외부재자 투표결과도 변수로 남아있다.

하지만 "수검표"라는 걸림돌이 제거됨으로써 부시 후보는 플로리다주에 배정된 25명의 선거인단을 확보,백악관의 새 주인이 될 가능성이 커졌다.
판결 의미=순회법원의 이날 판결은 막판 대역전을 노리던 고어 후보에게 치명타를 안기게 됐다.

그동안 고어 진영은 팜비치와 브로워드 카운티의 수검표를 통해 3백표차의 열세를 단번에 역전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해왔다.

실제 팜비치카운티의 경우 전체 투표수의 1%에 해당하는 3개 선거구의 수검표에서 고어가 부시보다 19표를 더 얻었다. 6백9개 선거구 가운데 1백2개 선거구에 대한 수검표가 이뤄진 브로워드카운티에서도 고어가 25표를 더 얻었다.

그러나 수작업 재검표 결과를 최종 집계에 반영하지 않겠다는 플로리다 주정부의 입장을 순회법원이 지지함으로써 부시 후보는 3백표의 우위를 그대로 지키게 됐다.


해외부재자표가 변수다=17일 자정(한국시간 18일 오후2시)인 접수마감시한을 앞두고있는 해외부재자표는 2천5백여표로 추산된다. 현지 전문가들은 해외부재자의 성향이 보수적인데다 선거일 전에 도착해 이미 개표된 결과를 근거로 부시가 4백표 가량을 더 얻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따라서 해외부재자표에서 전세가 뒤집어지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그러나 유태계의 몰표를 예상하고 있는 민주당은 아직 기대를 버리지 않고 있다.


최종결과는 언제 나오나=플로리다주 선거를 관장하고 있는 캐서린 해리스 주무장관은 오는 18일 정오(한국시간 19일 새벽2시)무렵 해외부재자표만을 포함한 최종 집계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그러나 고어진영이 주 대법원에 상고할 움직임이어서 최종 결말이 나는데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수도 있다. 특히 플로리다주 대법관 7명이 모두 민주당 사람들이어서 순회법원의 판결이 뒤집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박영태 기자 py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