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는 지금 'e표준' 전쟁 .. 시장장악 기술방식채택 기업만 생존

e비즈니스 시대를 맞아 새로운 표준전쟁이 시작되고 있다.

20세기 표준전쟁의 교과서로 통하는 소니와 마쓰시타의 VCR 싸움은 이젠 고전에 불과하다.e비즈 시대 첨단 디지털기술이 속속 출현하면서 미개척 표준을 선점하기 위한 기업간 대규모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기술변화가 빠른 e비즈 시대의 특성에 비추어 "표준장악이 곧 성패의 열쇠"가 되고 있는 것이다.

미국 상무부 산하 국가표준연구원(NIST) 캠머 원장은 이를 "신표준경제 시대로의 전환"이라고 표현했다.e비즈 시대에 새롭게 떠오른 표준전쟁으로는 차세대 영상이동통신(IMT-2000)을 둘러싼 유럽 진영의 ''비동기식''과 북미 진영의 ''동기식'' 싸움이 대표적이다.

이동통신 기술의 혁명으로 불리는 IMT-2000을 놓고 벌어지는 두 방식간의 대결은 국내는 물론 아시아 유럽 북미 중남미 등 전세계를 무대로 진행되고 있다.

무선인터넷 시장을 놓고 유럽의 ''왑(WAP)'' 진영과 일본 NTT도코모의 ''아이모드(i-Mode)'', 미국 마이크로소프트(MS)의 모바일익스플로러(ME)간의 3각 경쟁도 세계 통신기업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폭발적인 성장세인 디지털음악(MP3)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선진 업체들간의 연합전선, 디지털TV 구현방식을 놓고 벌이는 선(SUN)-필립스 진영과 MS-인텔 진영간의 경쟁, 인터넷 전자상거래 팽창과 함께 주목받는 전자화폐를 놓고 국제신용카드사인 비자와 마스타간의 불꽃튀는 대결 등도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과거의 표준전쟁이 첨단기술의 발전에 따라 새로운 양상으로 번지는 경우도 있다.

차세대 게임기 시장을 놓고 벌이는 소니와 MS의 싸움, 컴퓨터 운영체제(OS)를 독점한 MS의 ''윈도'' 아성에 도전장을 낸 ''리눅스'' 등이 그렇다.전문가들은 e비즈 시대 기업들은 신표준경제에 부합하지 않고는 생존 자체가 불투명하다고 전망한다.

이전과는 달리 제품을 생산, 판매해 얻는 수익보다는 기술개발에 따른 로열티 수입이 더 크게 늘어나는 추세다.

e비즈 시대 표준전쟁에서는 국제공인기관이 인정하는 ''공적인 표준(De Jure Standard)''은 더 이상 의미가 없다.

대부분의 기술표준이 시장장악력에 따라 자연스럽게 결정되는 방식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상 표준(De Facto Standard)''을 만들어내는 자가 모든 것을 갖게 되는 시대가 온 것이다.

전문가들은 따라서 e비즈 시대 표준전쟁에서 승리의 관건은 기술의 우위보다는 누가 더 많은 동맹세력을 규합해 시장확보에 적극적이냐에 달려 있다고 강조한다.LG경제연구원의 박팔현 위원은 "국내기업들도 첨단 e비즈 시대에 경쟁우위를 확보하기 위해선 제품의 개발단계부터 표준화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며 "이와 함께 사실상의 표준 획득을 위한 국제기업간 제휴에도 활발하게 참여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종태 기자 jtchung@hankyung.com